가족 등 밀접한 관계 전파 가능성… 국내서 ‘2차 감염’차단 시급
중국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20일,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우한발 비행기로 국내로 들어온 입국자 전체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영종도=서재훈기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폐렴 집단발병 사태를 일으킨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국내 유입이 20일 처음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춘절 연휴에 여행객들 사이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대거 섞여 들어올 경우, 국내에서도 사람 간 전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제한적이지만 가족처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전염이 확대될 경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과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 불러온 전염병 공포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검역 강화만큼이나 국내에서의 전염 차단이 시급한 이유다.

[저작권 한국일보] 중 우한 폐렴환자 국내 발생중국 '우한(武漢) 폐렴'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20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응급실 출입문에 폐렴 증상자들에게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해당 확진자인 중국 국적 여성은 이 병원 음압 치료 병상에 격리됐다. 인천=홍인기 기자 /2020-01-20(한국일보)

이날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우한을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선 탑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주기장에서 체열감시 등 검역이 실시된다.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항공기 탑승객에 대해서도 입국장에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나타날 경우, 인천의료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여부를 가리게 된다. 질본은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2일 정도까지 시간이 걸리는 현행 판-코로나 검사법을 2월 초까지 개선해 새로운 검사법을 도입, 확진 판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검역단계에서 모든 감염환자를 걸러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 환자를 찾아낼 검역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 발열 증상을 보였던 감염환자가 감기로 착각해 해열제를 먹고 국내로 들어올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국 안에서 지역 간 전파가 발생할 경우, 우한시 이외의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 탑승객에도 감염환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직까진 중국에서 발생한 모든 감염환자는 우한시를 방문한 경력이 있었지만 중국 내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질본은 우한시를 방문한 사람이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일 경우, 지역 의료기관에서 신속히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를 활용해 모든 의료기관에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들의 명단을 통보한 상황이다. 질본 관계자는 “우한시를 경유해 국내에 입국한 사람도 항공편 예약정보를 최대한 확보해서 의료기관에 통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사람간 전염에 따른 감염 사태 확대 가능성이다. 보건당국이 환자인 중국 여성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180명에 대한 추적 조사에 들어갔지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발병시 신고하거나 대응하지 않으면 병의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아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검역은 여러 가지 대응 중 하나이고, 지역사회의 감시를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은 부인할지 모르지만 사실상 사람 간 전염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1차 환자 관리가 되지 않으면 2차 감염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감염병 법칙”이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춘절 때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방문하고 들어오는 이들 관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유입상태이지만 이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들어와 전파를 하면 유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환자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환자 발생을 피라미드로 비유하면 현재는 맨 꼭대기의 중환자와 사망자만 관찰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가장 밑에 있는 감염환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어떤 증세가 있는지 파악할 수 없어 문제”라면서 “보건당국도 사람 간 전염 발생 차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