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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대이동 춘제 앞두고… 中 ‘우한 폐렴’ 방역망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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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대이동 춘제 앞두고… 中 ‘우한 폐렴’ 방역망 뚫렸다

입력
2020.01.20 17:56
수정
2020.01.20 23:24
2면
0 0

이틀새 136명 추가, 3배 급증… 베이징ㆍ선전서도 확진 환자 발생

中 “새 검사법으로 진단 늘어” 환자 수 은폐의혹 갈수록 짙어져

인천공항을 통해 19일 입국하려던 중국인이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0일 인천의료원 응급실 출입문에 폐렴 증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홍인기 기자
인천공항을 통해 19일 입국하려던 중국인이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0일 인천의료원 응급실 출입문에 폐렴 증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홍인기 기자

중국 ‘우한 폐렴’의 방역망이 뚫리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최초 발생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환자 수는 주말을 거치면서 3배나 급증했고 사망자도 3명으로 늘었다. 특히 연인원 30억명이 국내외로 이동하는 춘제(春節ㆍ설) 연휴를 앞두고 수도 베이징(北京)과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해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한 뒷북 대책에다 발병 한 달이 넘어 검사법을 바꾸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20일 “지난 18일 59명, 19일 77명이 각각 폐렴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20일 상하이(上海)시와 쓰촨(四川)성, 윈난(雲南)성, 산둥(山東)성, 저장(浙江)성 등에서도 의심 환자가 나타나면서 우한 폐렴 확진 환자와 의심 환자는 62명에서 22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사망자는 10일과 17일에 이어 18일에도 1명이 발생해 3명으로 늘었다. 우한에서는 170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증환자가 35명, 위중환자가 9명에 달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과 선전에서도 전날에 각각 2명,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 사태 이후 우한을 벗어난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폐렴 환자가 발생한 건 처음이다. 로이터ㆍAFP통신 등은 “중국 동부 저장(浙江)성에서도 우한 폐렴 의심환자 5명이 발생했고, 선전에서는 확진 환자인 66세 남성 외에 다른 8명이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 관찰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한폐렴 국내 감염환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우한폐렴 국내 감염환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중국 보건당국은 확진 환자가 급증한 이유를 “새로운 검사방법에 따라 최적화한 방식으로 진단 키트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우리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 홍콩, 일본 등이 구축한 검사법을 공유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뒤늦게 검사방법을 국제기준에 맞추면서 확진 환자가 대폭 늘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16~17일 우한에서 확진 환자가 21명 증가하자 “중앙정부가 배포한 새로운 시제 박스로 검사해 효율이 높아진 결과”라고 전했다. 지난 한달여간 중국 보건당국의 바이러스 검사 방식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환자 수 은폐 의혹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의학연구위원회(MRC) 세계전염병분석센터는 지난 17일 “우한에서만 12일 기준으로 최소 1,723명이 감염됐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WHO는 이미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고, 그간 이를 부인하던 중국 보건당국도 지난 15일 “제한적으로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실제 확진 환자 가운데 일부는 폐렴 발병 장소인 우한 화난(華南)수산시장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국 보건당국은 “전염병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며 요지부동이다. 국가위생건강위는 “1월1일부터 중앙 차원의 대응팀을 가동했고 전역에 워킹그룹을 파견해 대처하고 있다”며 “과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과 달리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낮은데다 우한에서만 매일 1만2,100명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우한시는 14일부터 공항ㆍ기차역ㆍ터미널 등지에 수백대의 적외선 체온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지만, 최초 발병 시점이 지난달 12일임을 감안하면 한참 늦은 조치다. 우한의 인구는 1,000만명이고 우한 국제공항을 통해 드나드는 연인원은 2,000만명에 달한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춘제 연휴를 맞아 대규모 집중 관리활동은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사회적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병원체가 무엇인지는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감염 경로와 치료법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우한 폐렴의) 발병 확산을 단호히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적대는 사이 주변국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 확진 환자가 한국 1명을 비롯해 태국 2명, 일본 1명 등 총 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ㆍ베트남 등에서 의심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설 연휴기간에도 비상대기반을 가동하며 초긴장상태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춘제를 맞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3개 국제공항에서 우한발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발열 검사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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