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역 토박이ㆍ후광 효과 경쟁력 불구‘제2 조국 사태 될라’ 난감
더불어민주당이 ‘제2의 조국 사태’ 조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49)씨가 4ㆍ15 총선에서 문 의장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하려 하는 것 때문이다. 공천 세습 논란이 커지면 청년 유권자들이 민감해하는 공정 이슈가 또 다시 폭발할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문 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침묵해 왔으나, 20일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년 목소리 대변인’을 자처하는 김해영(43) 최고위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일본과 달리 정치 권력 대물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모가 현역 국회의원인 지역에서 자녀가 바로 다음 국회 임기에 같은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의정부갑에서 6선을 했고, 석균씨는 지역구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내에선‘언젠가 터질 문제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씨는 얼마 전 ‘그 집 아들’이라는 직설적 제목의 자서전을 냈다. 지난 11일 지역구에서 개최한 북콘서트에서 문씨는 “아버지의 길을 걷되, ‘아빠 찬스’는 거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콘서트에 참석한 여권 인사들은 대부분 문 의장을 거론하며 문씨를 대놓고 응원했다. 이에 지난 17일 당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의장의 지역구 세습 논란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자칫 총선 판을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수였다고 한다.
민주당이 난감해 하는 건 문 의장 세습 공천과 조국 사태가 ‘부모 찬스의 개입으로 인한 불공정 촉발’이라는 면에서 포개지기 때문이다. 세습 공천 후폭풍이 커지면 수도권 전체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과 검찰 개혁 입법을 뚝심 있게 밀어 붙인 문 의장의 ‘아픈 곳’을 선뜻 찌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의장은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지명수배와 투옥 등으로 가족이 고초를 겪은 것을 여전히 미안해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아들의 앞길을 막을 순 없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예비후보 간 경선을 치르는 대신 공천관리위원회가 단수 후보를 공천하기로 한 만큼, 문씨가 공천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역 토박이이자 ‘문희상’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문씨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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