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우리가 간다] <6> 사격 김민정
사격은 올림픽 때마다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낭보를 전한 효자 종목이다. 1988년 서울 대회 차영철의 소구경복사 은메달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 총 16개(금7ㆍ은8ㆍ동1)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중 혼자 금메달 4개를 포함해 6개의 메달을 수집한 ‘사격 황제’ 진종오(서울시청)의 등장으로 한국은 2000년대 사격 강국으로 입지를 다졌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사격의 총 15개 세부 종목에서 현재까지 14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출전권은 선수 개인이 아닌 국가에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쿄로 향할 주인공들은 4월부터 열리는 5차례의 선발전을 통해 가려진다.
사격은 권총과 소총, 표적지가 아닌 날아가는 물체를 맞추는 산탄총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진 남자 9개, 여자 6개 종목이었는데 도쿄올림픽에선 큰 변화가 생겼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성 불평등 지적에 따라 남자부의 50m 권총, 50m 소총 복사, 더블 트랩 3개 세부 종목을 없애고 남녀 한 조로 경기를 치르는 혼성 종목 3개를 신설했다. 한국으로선 남자 50m 권총이 폐지된 건 큰 타격이다. 진종오가 전인미답의 올림픽 3연패를 이루고 4연패를 노리던 종목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키운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해 사격계는 기대가 크다. 남자에선 박대훈(부산시체육회)이 ‘포스트 진종오’로 주목 받고 있고, 여자에선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우리은행)의 뒤를 이을 선수로 단연 김민정(23ㆍKB국민은행)을 꼽는다.
특히 김민정은 리우 대회 때 막내로 대표팀에 승선해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큰 경험을 발판 삼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3개를 따내는 등 여자 사격의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 섰다. 지난 10일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사격장에서 만난 김민정은 “작년엔 월드컵과 전국체전 외에 큰 시합이 없어서 12월 한 달은 푹 쉬었다. 새해부터 진천에 복귀해 다시 훈련 중”이라고 근황을 전한 뒤 “4년 전 경험을 발판 삼아 다시 올림픽에 나간다면 이번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메달, 지난해 열린 국제사격연맹 월드컵 여자 25m 권총경기에서 은메달, 전국체전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신기록으로 금메달 따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는 평인데.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작년에 많이 올랐던 거 같다. 이제 대회 출전 횟수도 많아졌고, 대표팀 연차도 올라가면서 경험이 많이 쌓였다. 새로 오신 코치님이 말을 잘 들어주시고 한 게 도움이 됐다. 훈련이나 시합 중에 내가 찾아서 해야 하는 것들에 훨씬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들로 이어졌다.“
-양궁만큼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가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사격 역시 한 발로 운명이 바뀌기 때문에 결과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후배들도 생겼고,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이번엔 국내외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나 성적도 반영되지 않는 ‘제로 베이스’ 선발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성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조건 선발전 당일 컨디션에 달렸다. 사격은 굉장히 순간적인 근육을 써야 하고 지구력도 있어야 한다. 경기 시간은 짧지만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1시간 45분 정도 걸린다. 체력 훈련도 많이 해야 한다.”
-4년 전 대표팀 막내로 처음 올림픽에 나갔는데.
“사격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운 좋게 어린 나이에 올림픽에 나갔다. 당시 25m가 주종목이었는데 선발전 때 창피하지 않을 만큼만 쏘자고 생각한 10m는 덜컥 통과했고, 25m는 1점 차로 탈락했다. 메달권에 들진 못했지만 큰 경험이 된 올림픽이었다.”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 중 어느 쪽이 자신 있나.
“둘 다 도전할 생각이다. 처음에 대표팀에 선발된 건 25m였고, 리우 올림픽에 나간 건 10m였다. 지금은 10m 성적이 조금 더 좋다. 두 종목을 같이 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25m는 반동이 커서 격발할 때 천둥처럼 큰 소리가 난다. 지금은 적응이 돼서 문제가 없다. 두 종목 다 계속 하고 싶다. 혼성도 뽑히면 나갈 거다.“
-시합 징크스 같은 건 있나.
“징크스라고까지 하기엔 그렇지만(웃음) 경기 당일 화장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잘 안 풀린다. 진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마음에 들 때까지 화장을 다시 고치고 나가기도 한다.“
-김장미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 사격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에 사격이 있어서 처음 총을 잡아봤다. 집중해서 쏠수록 총알이 과녁 가운데를 파고드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조준선을 남들보다 좀더 잘 보는 것 같다. 사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 런던올림픽이 열렸고 금메달을 딴 진종오, 김장미 선배님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다. 그러다 대표팀이 돼서 같이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신기했다.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면 영광이다.“
진천=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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