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유재수 비위 알려지면 안돼” 감찰 제동
김경수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 구명 운동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친문(親文) 인사들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에 총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경우 “정권 초기에 유재수의 비위가 알려지면 안된다”면서 감찰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 구명운동에 관여한 백 전 비서관과 감찰 중단에 가담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는 유 전 시장을 구하기 위한 친문 인사들의 구명운동 백태가 담겨있다. 20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조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친문 인사들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로비에 가담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감찰을 시작한 건 2017년 10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고강도 감찰 결과, 유 전 부시장이 10여 차례에 걸쳐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차량을 제공 받거나 골프장과 호텔 이용권, 골프채를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그러자 유 전 부시장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윤 전 실장과 김 지사,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자금 관리를 맡았던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에게 구명운동을 벌였다. 유 전 부시장은 친문 인사들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국장이 됐는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친문 인사들은 실제 유 전 부시장의 구명에 발벗고 나섰다. 김 지사는 백 전 비서관에게 수 차례 연락해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라고 말했고, 윤 전 실장 역시 백 전 비서관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해 나와 가까운 관계다”라고 언급했다. 천 행정관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에게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 전 부시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명 로비를 받은 백 전 비서관은 특감반을 지휘하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직접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제안을 건넸다.
결과적으로 유 전 부시장은 친문 인사들의 구명로비 덕분에 감찰이나 징계 등 처벌도 받지 않고 금융위를 명예퇴직한 뒤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까지 지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내도 되느냐”는 금융위 문의에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 이후 감찰 사실을 없던 것처럼 ‘정리’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감찰 기록은 대부분 폐기됐고 특감반은 최종보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특별감찰반은 감찰 도중 드러난 금품수수액이 1,000만원이 넘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운데다, 감찰을 멈추더라도 수사를 의뢰하거나 감사원 또는 유 전 부시장의 소속기관인 금융위에 비위 사실을 이첩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추가 감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더라도 당시까지 감찰 결과와 함께 감찰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를 첨부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거나 최소한 관계기관에 이첩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긴 이후에도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금융위에 감찰 사실을 통보하는 등 사건 전반에 관여한 점, 특별감찰 주무비서관인 박 전 비서관 역시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에 동조한 점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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