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서 연주
클래식 무대에서 ‘플루트’가 주인공 역할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중에게 친숙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같은 악기와 달리 플루트가 장악하는 곡이 드물어서다. 현대 오케스트라에서도 플루트는 ‘감초’ 같은 역할을 도맡아 하지만, 인지도 자체는 박한 편이다.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1번이 연주되는 게 이색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연주자는 떠오르는 플루티스트 한여진(19).
이번 무대는 코리안심포니가 매년 선정하는 ‘라이징스타’로 한여진이 선정되면서 마련됐다. 피아노나 현악기 연주자가 그간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데 비하자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여기엔 한여진의 ‘가능성’이 큰 몫을 차지했다.
2012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재능을 보여준 한여진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2016년 만 14세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최우수로 입학한 수재다. 2013년 비와코 국제 플루트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2017년엔 세계적인 플루티스트들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고베 플루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하며 기량을 펼쳤다. 한여진은 2년 전 독일 뮌헨국립음대로 편입해 현재 3학년 과정을 밟고 있다. 코리안심포니 측은 “나이가 어린데도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실력을 보여준 동시에 음악적 열정과 비전이 확실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런 기대감 때문일까. 이번 무대에 서는 한여진의 각오도 단단하다. 그는 “피아노나 첼로에 비해 플루트가 주목 받는 무대는 드문데,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부분을 꼭 하나씩 맡을 정도로 중요한 악기”라며 “플루트 만의 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1번은 플루티스트에겐 성서와도 같은 곡이다. 모차르트가 살았던 18세기, 플루트는 원래 나무로 된 목관악기였다. 소리가 작고, 모양새가 볼품 없다는 이유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모차르트가 남긴 플루트 협주곡도 1번, 2번 단 두 곡뿐이다. 그마저도 협주곡 2번은 오보에용으로 작업했던 것을 고친 곡이다. 따지고 보면 플루트만을 위한 협주곡은 1번이 유일한 셈이다.
한여진은 협주곡 2번 연주로 유명한 플루티스트였다. 깨끗한 음색, 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기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연주가 한여진의 전매특허로 꼽혔다. 이번에 협주곡 1번을 들려주는데 대해 한여진은 “2번이 밝고 사랑스럽다면, 1번은 성숙하면서 도전적인 분위기가 강해 한 해의 시작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무대에 섰던 협주곡 2번보다 새로운 곡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지휘자인 정치용 교수님도 공감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에는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 외에도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왈츠’와 홀스트의 ‘행성’ 등이 연주된다. 예술감독인 정치용 지휘자가 희망을 주고자 선정한 곡들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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