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ㆍ에스퍼 기고 “사석에서나 나눌 얘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신문 기고문을 미 언론이 정면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거래식 동맹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압박만 강요하는 이런 외교정책이 미국의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강압적 외교정책 전술이 미국의 우방 및 적들과의 긴장을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폼페이오ㆍ에스퍼 장관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문을 문제 삼았다. 두 장관은 16일자 기고에서 “한국은 자국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며 분담금 인상을 재차 압박했다. 제목부터 ‘한국은 동맹이지 부양가족(dependent)이 아니다’라며 한국을 미국에 의존만 하는 나라로 묘사했다. 두 사람은 한국이 동맹에서 벗어난 근거로 우리가 지불하는 방위비 중 90% 이상이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등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WP는 “한국이 부양가족처럼 행동한다는 (두 장관의) 직접적 암시 때문에 한국 내에서 불안감이 생겼다”며 “보통 주요 일간지에서 다룰 내용이라기보다 막후에서나 나올 법한 대화”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어 “미군이 동맹국에 주둔하는 주된 목적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고 그 힘을 보여주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베테랑 외교관과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진단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도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미국에 왜 동맹이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그는 동맹들을 자신을 보호해 달라며 미국에 아첨하는 ‘마피아 파트너’처럼 다룬다”고 혹평했다. 이와 같은 인식 탓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특징이 ‘과격주의적 접근’으로 자리잡았다는 결론이다. WP는 “단기적으론 (과격주의가)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겠지만 비판 세력한테는 ‘강탈’이란 조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올해 적용되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 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분담금 인상 액수가 현 수준의 5배에 달하는 최대 50억달러(약 5조7,900억원)로 알려져 타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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