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 B-52 추락 사고로 함께 투하된 핵폭탄 중 하나. 미국을 살린 건 공학이 아니라 기적이었다. stanford.edu

핵 에너지를 포함한 군사ㆍ민간 공학기술의 바탕에는 언제나 ‘절대 안전’이라는 수리공학적 계산이 깔려 있지만, 그 시스템의 어느 한 지점에는 늘 인력이 개입하고, 인간의 공학은 사람의 한계 즉 실수나 부주의 혹은 악의까지 통제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실 그 수준에 이르는 순간 인간은 과학ㆍ공학의 노예가 될지 모른다. 수많은 핵탄두와 핵발전소들이 그 역설 위에 있다.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 근거해 미국의 핵무기 사고를 분석한 에릭 슐로서(Eric Schlosser)의 2013년 논픽션 ‘커맨더 앤 컨트롤’에 따르면 1950~68년 사이 최소 700건의 심각한 핵무기 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충격적이고 아찔한 사고가 1961년 1월 24일 밤 노스캐롤라이나 골즈보로(Goldsboro) 상공에서 일어났다.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가 추락했다. 다행히 추락 지점은 인적 드문 담배ㆍ면화 농장지대였지만, 불행인 건 그 기체에 2차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의 200~300배 파괴력을 지닌 3.8메가톤급 ‘마크 39’ 핵폭탄 두 기가 탑재돼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둘 중 하나만 터져도 당시 기준 최소 2만8,000명이 숨지고, 방사능 낙진이 수도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 뉴욕까지 휩쓸 수 있는 사고였다.

시모어존슨(Seymour Johnson) 공군기지를 이륙한 B-52는 공중급유 도중 연료가 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상 기지는 착륙 대기 선회비행을 지시했고, B-52는 항공유를 최대한 소비하는 선회비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지로 복귀하던 중 오른쪽 날개가 거의 파손됐다. 기장은 고도 2,700m 상공에서 탑승자 8명의 비상 탈출을 지시했다.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체가 요동치면서 핵폭탄들도 떨어졌다.

폭탄 중 하나는 비상 낙하산이 펼쳐진 데다 자체 안전스위치가 잠겨 있었다. 백악관 블랙박스에서 시작되는 6단계 핵 안전장치 중 마지막 단계였다. 다른 하나는 낙하산이 작동하지 않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자유낙하했다.

2013년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두 번째 폭탄의 안전장치는 풀려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추락 충격으로 자동 기폭 배선 중 하나가 끊어졌고, 추락 지점이 질척한 웅덩이였다. 폭탄은 지표 5.48m 아래에 박혔다. 끔찍한 실수 하나로 죽을 뻔한 미국을 기적 같은 행운이 살린 셈이었다. 존 F 케네디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사흘 뒤의 일이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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