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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동상인데….’ 조명 망가뜨린 구미시 수년간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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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동상인데….’ 조명 망가뜨린 구미시 수년간 ‘나 몰라라’

입력
2020.01.20 15:13
수정
2020.01.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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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향나무 철거 중 파손…시, “비용 많이 들어”

경북 구미시 남통동 금오지 백운교 앞 독립운동가 박희광(1901~1970) 선생 동상 주변에 조명이 꺼져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경북 구미시 남통동 금오지 백운교 앞 독립운동가 박희광(1901~1970) 선생 동상 주변에 조명이 꺼져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경북 구미에서 독립운동가 박희광 선생 서거 5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22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구미 백운교 앞에 놓인 그의 동상 조명이 수년 간 망가져 있어 말썽이다. 더구나 이 조명은 구미시가 동상 옆 일본산 향나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파손됐는데도 지금까지 고치지 않아 비난이 일고 있다.

19일 밤 구미 남통동 백운교 앞 박희광 선생 동상은 높이가 4.6m나 되고 표지석도 있지만 어둠 속에 묻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인근 백운교 위에 설치된 가로등 조명으로 형태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박희광선생 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등에 따르면 동상 조명이 꺼진 건 6년이나 됐다. 구미시가 지난 2014년 동상 옆 나무를 제거하다 조명을 건드렸고 전선이 끊어져 이후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구미시는 동상 옆 나무가 일본산 가이즈카 향나무인 줄 모르고 있다 구미지역 시민단체의 항의에 뒤늦게 느티나무로 교체했고 작업 도중 시설을 파손했다.

박희광선생기념사업회 박희광 사무처장은 “조명을 망가뜨린 구미시에 복구를 요청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애써 만든 독립운동가 동상인데 밤에는 불이 꺼져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고장이 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 전기를 복구하려면 동상을 비롯해 주변 조형물을 모두 걷어내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조형물 인근에 가로등이 비추고 있어 식별에 어렵지 않지만, 시설 복구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미시가 독립운동가의 동상 옆에 일본산 나무를 심은 것도 모자라 철거 중 조명을 망가뜨리고 수년 간 방치한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관계자는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할 자치단체가 일본산 나무를 심고 부서진 조명을 수년 간 두는 게 말이 되느냐”며 “행정기관이 먼저 독립운동가를 예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희광선생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는 22일 구미 박희광 선생 동상 앞에서 서거 50주기 추모식을 연다. 그동안 3ㆍ1절, 현충일, 광복절에 박 선생 추념식이 열렸지만, 박 독립투사의 서거일 추모식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박희광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독립운동가로, 독립운동단체인 대한통의부에서 대원이 돼 친일파 사살과 군자금 모금 등 항일활동을 했다.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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