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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도정치가 진영정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1.2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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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또는 중도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 양극화된 한국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명분으로 ‘중도’가 소환되지만 양극화된 선거 국면에서 중도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구력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3지대 또는 중도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 양극화된 한국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명분으로 ‘중도’가 소환되지만 양극화된 선거 국면에서 중도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구력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정당사는 정당이 분열하면 위기에 처하고, 다시 통합을 통해 혈로를 모색하는 ‘위기와 통합’의 패턴을 보여 왔다. 선거 전 정치세력 통합은 정당 이합집산으로 연결되지만 합당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선거 승리로 연결되고, 통합에 실패할 경우 패배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민주화 이후 1990년의 3당 합당은 선거 후의 국정운영 동력을 찾기 위한 통합이었고, 1997년의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 연합은 지역 연합의 성격으로서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7년 1월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른정당은 다음 해 초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합당하여 바른미래당으로 당명을 바꿨으나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을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인 바른정당계는 지난 5일 새보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 통합에 반대한 세력이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져 나왔으나, 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세력 중심으로 지난 12일 대안신당이 등장했다. 그래서 지금의 정당구도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새보수당, 대안신당, 정의당 등의 라인업으로 짜였다.

박근혜 탄핵과 국정농단으로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이 중도ㆍ보수를 내세우며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야권은 ‘보수 야당’과 ‘범여권 성향 야당’으로 분열되어 있으나 현재 진행중인 통합은 보수 야당과 진보 야당의 통합이 아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군사정권 때의 야권 통합과 다른 양상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중심의 통합은 보수세력으로서는 절실한 문제다.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 등의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지난해부터 지루하게 이어졌던 집권당과 한국당의 대립의 원인은 해소되었지만 선거 때까지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검찰개혁과 검찰인사 등에서 촉발한 보수 대 진보의 구도도 정치 양극화를 강화하면서 선거에서 중도 세력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이 높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합의제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다당제 형성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우려가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통합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와 결합하기를 원하고, 한국당 등 보수 진영도 중도ㆍ보수 통합의 명분으로 안전 대표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 야당에 확실하게 비례의석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통합에 소극적이겠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제도적 결함은 소수 야당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통합보수당’, 다른 축인 ‘범진보통합당’과 정의당의 구도가 예상할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다. 통합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소수 야당들이 각자도생으로 경쟁하는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선거 전 통합은 선거 공학에 입각한 권력정치의 산물이다. 구체적 통합 과정에서는 공천과 지분, 지도체제의 형태 등 현실 정치적 요소들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의 명분이 공감을 얻어야 한다. 한국당내 친박 강경 세력이 아직도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명분을 찾기 어렵다. 헌법 절차에 따른 탄핵 자체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행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거의 모든 정치적 현안에서 인식을 공유했던 범진보 야당은 제3지대 기반의 ‘중도’를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및 집권당과 정책 및 이슈에서 차별화되지 않은 정파가 정치 양극화를 비판하며 중도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제3지대 또는 중도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 양극화된 한국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명분으로 ‘중도’가 소환되지만 양극화된 선거 국면에서 중도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구력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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