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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고용한파 40代, 블루-화이트칼라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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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고용한파 40代, 블루-화이트칼라 양극화 심화

입력
2020.01.2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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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작년 40대 실직 제조ㆍ건설업 최다, 제조업 고용감소 40대 78% 

 저학력자 직격탄, 화이트칼라 고용은 늘어… 양극화 더 심해질 듯 

지난해 2월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찾은 실업자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2월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찾은 실업자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화성시의 한 산업단지에서 10여년 간 공장 관리 업무를 해온 46세 이모씨는 지난해 8월 회사가 폐업을 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재취업을 위해 수개월 간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조차 한 곳도 없었다. 월셋값도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된 이씨는 결국 연초에 노모가 사는 서울의 한 원룸으로 이사를 했다. 이씨는 “한살이라도 어린 30대나 차라리 은퇴가 멀지 않은 50대 이상을 선호한다”며 “이제 남은 것은 노가다(막노동)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자리 증가가 최우선 정책과제인 문재인 정부에게 40대는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가 30만1,000명 증가하고 고용률이 개선됐지만, 국가경제의 허리인 40대만큼은 고용 지표가 ‘수직낙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40대 고용 특별 대책을 주문하고, 3월까지 ‘맞춤형’ 대책을 내놓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설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지난해 고용동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40대의 일자리 한파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가운데서도 규모가 작은 기업에 종사하며 학력이 낮은 이른바 ‘블루칼라’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취약 계층들부터 더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자리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9일 한국일보가 통계청의 고용동향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산업은 제조업(-6만3,000명)과 건설업(-3만3,000명)이었다. 특히 제조업은 전체 40대 취업자 감소폭(-16만2,000명)의 38.9%를 차지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수년 째 감소하고 있지만, 40대 중 2만4,000명만 줄었던 2018년에 비해 감소폭이 2배 이상 커졌다. 또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 감소폭(-8만1,000명)에서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7.8%에 달해 제조업 경기 불황이 40대 고용 부진에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 한국일보]2019년 주요 산업별 40대 취업자 현황 / 강준구 기자/2020-01-1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2019년 주요 산업별 40대 취업자 현황 / 강준구 기자/2020-01-19(한국일보)

이 같은 사실은 직업별 취업자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40대 장치ㆍ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75만8,000명으로 1년 사이 8만명 감소했다. 줄어든 40대 취업자 절반 가량은 기계조작에 종사했다는 뜻이다. 그 다음 감소가 컸던 직업은 단순 노무종사자(-4만8,000명),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3만8,000명)였다. 반면 ‘화이트칼라’ 직종에 해당하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2만명), 사무 종사자(+1만3,000명)에선 40대 일자리가 오히려 늘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도 뚜렷했다. 지난해 고졸 이하 40대 취업자는 283만5,000명으로 1년 사이 24만1,000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전문대졸업 이상은 취업자가 7만9,000명 증가했다.

종사하는 기업 규모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한 40대는 528만4,000명으로 1년 사이 17만7,000명 줄었다. 반면 100~299인 사업장 취업자는 약 4,000명, 300명 이상은 1만1,000명 늘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에 종사하는 40대가 증가하는 사이, 100명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나 소규모 자영업자만 고용한파를 뒤집어 쓰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40대 고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3월까지 ‘맞춤형’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등을 통해 40대 실업급여 신청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전수조사에 준하는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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