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섭본부장 美서 귀국… “비건과 합의한 문구” 강조
美 정부서도 “해리스 北 관광 견제 발언 직설화법 탓 와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이도훈(오른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미 양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개별관광’ 추진을 놓고 보인 갈등 조짐을 조기에 봉합하는 분위기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 양측이 협력하고 있는 만큼, 북미 협상을 촉진시키는 방향의 남북협력 사업에 초점을 맞춰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대북 개별관광 추진과 관련해 비핵화와 보조를 맞추는 남북협력 사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협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한미가 남북관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관해서 긴밀히 공조해 나간다는 부분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해당 발언이 비건 부장관과 합의한 언론보도 문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전날 대북 개별관광 구상을 겨냥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 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렀으나 남북협력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 정부 인사들도 해리스 대사의 직설적 화법 탓에 발언이 와전된 것 같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 한미 공조의 연장선에서 협의하자는 취지였다”는 게 현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류는 국무부의 공개 언급에서도 감지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을 통해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 또 누구든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실행에 옮기도록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대사에 대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해리스 대사를 크게 신뢰한다”며 믿음을 보였다. 국무부는 남북협력 사업을 지지하며 협력이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는 공식 논평도 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고심하는 미국으로선 남북협력 사업이 대북 제재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는 크게 없다. 다만 세부 실행 과정에서 대북제재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미국에 “(개별관광은) 기존 제재 틀을 준수하고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란 설명으로 서둘러 갈등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본부장은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어떻게 하면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수 있고 도발을 저지할 수 있느냐 하는 맥락에서 한 것”이라며 “한미 간 협의가 이제 시작됐고 속도감 있게 같이 진행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제재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시각 차이로 긴장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선 남북협력 사업에 적용되는 제재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엄격한 제재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지렛대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의 태도와 별도로 북한의 동의를 얻는 일도 난관이다. 북한이 개별관광 건을 한미 간 균열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갈등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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