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올해 TV드라마 ‘어메이징 스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1980년대 인기를 모았던 동명 드라마를 새롭게 만든다. 제작사는 거대 IT기업 애플이다. 애플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사업인 애플TV 플러스를 지난해 시작하며 스필버그와 오프라 윈프리 등 할리우드 거물을 영입했다. 애플은 ‘드라마의 명가’로 불리는 케이블채널 HBO의 전 최고경영자 리처드 플레플러와 지난 2일 5년 계약을 맺기도 했다.
□ 애플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도 영상 제작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유튜브도 자체영상 제작에 나설 채비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결합은 오래 전부터 이뤄졌다. 세계 최대 OTT인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한 테크 기업이었다. 택배와 우편으로 DVD 대여사업을 했던 넷플릭스는 2007년 OTT 사업에 뛰어들면서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나섰다. 지난해 1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모임인 미국영화협회(MPAA)의 회원이 됐다. 콘텐츠 기업으로 업계 공식 인증을 받은 셈이다.
□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영상 제작에 뛰어들면서 제작자와 감독, 배우 등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영상 관련 업무 이력이 있는 직원들도 스카우트 경쟁에 휘말리곤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인재 사냥에 나서고,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우수 인력 지키기에 노력 중이다. 돈도 돈이지만, 다양한 사내 복지를 당근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실리콘밸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사내 복지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 사내 복지엔 출산과 육아 관련 사안이 많다. OTT회사 훌루는 직원의 산후우울증에 대비해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영화사 라이온스게이트 등은 직원들의 난임 치료, 정자 냉동, 대리모 출산과 입양 등까지도 금전 지원을 해준다. 애플은 부모가 된 직원이 급료는 그대로 인 채 4주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상 제작사들이 유독 출산과 육아 관련 복지에 신경 쓰는 이유는 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직원이 있어야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영상물을 만들 수 있어서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력과 할리우드의 자본력만 부러워할 게 아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