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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뒤 찬반 입장이 갈리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반려인’들을 중심으로 부작용이 더 큰 제도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수익자 부담’이라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당장 시행을 서두르기 보다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표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에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이렇게 마련한 세금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나 동물 복지 관련 전문기관 운영비로 쓰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보유세 도입 방침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보유세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6.4%까지 높아지는 등 관련 비용이 늘고 있어서다. 동물보호ㆍ복지 관련 예산은 2017년 16억9,5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35억8,900만원으로 8배 가량 급증했다. 각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도 2017년 155억5,100만원에서 지난해 200억3,900만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당장 세금 부담이 생길 수 있는 견주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 발표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낸다는 기본 정신에도 반하는 접근”이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오히려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찬성 측에선 반려동물이 없는 이들까지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대 남성 박모씨는 “정책이 잘 시행되면 실제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입양을 해 유기도 줄어들 것”이라며 “세금을 내면 이에 뒤따르는 국가의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비슷한 세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적지 않다. 독일이나 미국 등은 각 지자체별로 연간 1만원~15만원 수준의 반려견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폐지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정의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반려동물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공생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같이 책임져야 한다”며 반려동물 등록세 도입 공약을 내걸었다. 경기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반려동물 등록세를 통해 정책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반려동물 소유주의 책임성 강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구용역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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