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재ㆍ김동명 후보 2명 모두 “강력한 지도부” “즉각 비상체제” 강경 발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게 제1노총 지위를 넘겨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후보들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간 대화ㆍ협상을 강조해 온 한국노총의 급격한 선회에 향후 노동 현장이 투쟁 일변도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제27대 위원장 선거를 진행해 앞으로 3년간 한국노총을 이끌 새 위원장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는 위원장ㆍ사무총장 1번 후보로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2번 후보로 김동명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이동호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세부 공약은 다르지만 후보자들 모두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 방법으로 대화와 협상보단, 투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난 6일 광주시 북구 한국노총 전남본부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 나선 김만재 위원장은 “노동정부를 외치던 정부는 변명만 늘어놓고 소득주도 성장은 동력을 잃었으며 정책협약도 무력화된 상황”이라며 “한국노총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9일 서울지역본부 합동연설회에서 김동명 위원장은 “새로 만들어지는 노조가 한국노총에 오지 않는 건 그간 타협에만 매달리며 현장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현장을 배신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포스터에 ‘즉각적인 비상체제 운영으로 제1노총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내걸었다.
앞서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8,035명으로 한국노총(93만2,991명)보다 3만5,044명 많았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2016년만 해도 70만명에 못 미쳤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1만1,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1년 만에 36%나 뛰었다.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들의 이 같은 강경 발언에 대해 한국노총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강력한 구호가 당장 현장의 이목을 더 끌지 몰라도 한국노총의 성향까지 바꾸면서 조직화에 나서는 게 과연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는 말처럼 조직화도 잘 안 되고, 한국노총의 고유 정체성마저 져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조직 규모 확대를 위한 과열경쟁은 서로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정부나 기업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머무를 것”이라며 “한국노총이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란 노선을 버리고 투쟁 일변도로 나선다면 민주노총과 차별점을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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