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우리가 간다] <5> 여자 사이클 나아름
[저작권 한국일보] 도쿄 올림픽 사이클 출전권을 딴 나아름. 나아름은 "세 번째 참가하는 올림픽인 만큼, 도쿄에서는 즐기고 싶어요" 라며 밝게 웃었다. 고영권 기자

‘사이클 여제’ 나아름(30ㆍ상주시청)이 더욱 단단해져 돌아왔다. 나아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국내 장거리에서 독보적인 강자였다. 전국체전에서 딴 메달만 40개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관왕(여자 개인도로ㆍ도로독주ㆍ단체추발ㆍ매디슨)을 달성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나아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사이클 여자 프로팀인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해 세계 무대를 밟았다. 나아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팀 측에서 먼저 온 러브콜이었다. 상주시청과의 논의를 통해 임대 형식으로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5월 ‘트로피 마르텐 바이난트‘ 대회에서 13위라는 높은 성적으로 데뷔도 했다. 나아름은 그 시기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으로 기억했다. 늘 꿔오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시련이 닥쳐왔다. 맡은 역할이 지나치게 많았다. 알레-치폴리니 소속 선수로서 경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본 소속인 상주시청 선수로서 국내외 대회에도 참가했다. 여기에 국가대표로서의 역할도 다해야 했다.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건 욕심이었을까. 한 해 동안 역량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성과는 분산됐다. 결국 세 번째 올림픽 진출도 랭킹포인트 부족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나아름은 그때를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싶단 생각을 했던 때”라고 기억한다.

은퇴 위기를 극복한 나아름에겐 행운도 따랐다. 운 좋게 다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것이다(한국일보 17일자 26면). 그래서 올해는 상주시청과 대표팀 활동에만 집중하기로 하며 이탈리아 프로팀과는 재회를 기약했다. 이제 남은 것은 후지산에서 펼쳐질 올림픽 무대뿐. 15일 만난 나아름은 일기장에 ‘진짜로 끝났다’라는 소회를 남길 그날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1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아름이 올림픽 진출 소감에 대한 질문에 웃으며 대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해 다사다난 했다. 결국 프로팀 활동 중단을 결정했는데.

“프로팀 입단은 내 꿈이었다. 그래서 더 버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과 마주하니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선수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프로팀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이) 지금 내 상황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프로팀과 잠시 이별을 택했다.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은 편해졌다. 지금 내 것이 아닐 뿐, 다시 기회가 되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 같다.”

-은퇴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동력은 뭔가.

“가족이다. 엄마, 아빠도 ‘우리집이 잘 살았으면 아름이가 운동을 열심히 했겠냐’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웃음). 형제 중에선 특히 2살 차이 나는 언니가 가장 많이 힘이 되어 준다. 요즘에는 조카에게서 많은 힘을 받는다”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나.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첫 대회인 런던 올림픽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3번 넘어지는 동안 대처도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리우 올림픽 때는 잘 알아서 힘들었다. 올림픽에서 성적을 얻으려면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아서 힘들고 혼란스러웠다. 근데 지금은 대회 준비 방법에 대해 많이 알게 돼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다”

-이번 올림픽의 목표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 목표지만, 특히 이번 올림픽은 ‘즐길 수 있는 시합’으로 만들고 싶다. 그 동안 나는 어떤 시합이든 나가면 훈련과 시합만 반복하고 돌아왔다. 올림픽 때도 다리 아플까 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개막식은 꿈도 못 꿨다. 근데 ‘내가 어차피 시합을 죽어라 할 마음이 있는데, 조금 돌아다닌다고 무슨 차이가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지 않나. 그래서 이번엔 올림픽 선수촌에 있는 행사들에도 참여해, ID카드 목걸이에 기념품으로 주는 배지들을 무겁게 달고 오고 싶다”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 중인가.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트랙 종목을 준비하고 있어서, 나는 혼자 도로 종목을 준비 중이다. 3~4주째 혼자 훈련하니 외롭기도 하다”

-훈련 중에 가장 힘든 건 뭔가.

“인터벌 훈련이라고, 파워를 정해놓고 일정 시간 동안 내달리는 훈련이다. 어제도 그 훈련을 하기 전에 ‘조금만 강도를 낮춰서 할까’하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다. 근데 이 훈련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니, (강도를 낮춰서 훈련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 그래서 ‘일단 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훈련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꼭 이기고 싶은 선수는.

“에리 요나미네란 일본 선수를 이기고 싶다. 지난해 같이 프로팀에 있으면서 친해지기도 했고, 시합도 많이 했다. 근데 내가 몸이 좀 안 좋고 할 때마다 항상 나보다 앞서서 들어가더라(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이기고 싶다”

-올림픽 끝나고 나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뭔가.

“뻔하긴 한데, 난 ‘아름아 고생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의미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에겐 크게 다가오는 말이다”

-올림픽 후 찾아온 휴식기는 어떻게 지내고 싶나.

“우선 전국체전 출전이 남아있다. 전국체전이 끝나면 엄마와 여행을 떠나고 싶다. 부모님 집이 나주인데도 여수나 거제도 같은 곳을 가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엄마랑 국내여행을 하고 싶다. 어딘가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아빠도 만족할 계획 같다(웃음).”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