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왼쪽)씨,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 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지난해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이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21대 총선 1호 인재로 영입한 장면을 봤다. 정치부 국회팀 기자로 발령 받은 지 4일 만이었다. 삭막한 여의도 정치판만 생각했던 기자에게는 예상 밖의 감동이었다. 뒤질세라 지난 8일 자유한국당도 스포츠계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 코치를 영입했다. 그간 갖고 있던 한국당 이미지를 뛰어넘은 파격이었다.

하지만 정치부 초년병 기자의 흥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정치권 영입 인사들의 출사표를 보면서다. 19일까지 영입된 인사들에게 정치는 대부분 ‘우연히 찾아온 기회, 오래 고민해보지 않은 화두’였다. 정치에 뛰어들기로 한 이유는 자신 있게 설명하면서도 ‘어떻게’ 구현할지를 물으면 목소리가 작아졌다.

역대 총선 때마다 상황은 유사했다. 이렇게 영입된 인재들이 현실정치의 한계에 좌절하고 정치권을 떠나는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목격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기획취재부 기자로 국내외 젊은 정치인들을 발로 뛰며 만나 쓴 기획기사 ‘스타트업! 젊은 정치’가 떠올랐다. 당시 만난 한국의 청년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공천 때만 되면 각 정당이 외부의 ‘깜짝인사’ 발탁에 매몰돼 정작 수 년간 내부 시스템에서 정치를 배우고, 함께 일해온 이들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정치를 교육 받고 경험해 20ㆍ30대에 한 나라를 훌륭히 이끌 청년정치인을 계속해서 배출하는 유럽 등과 대비됐다.

6g 금배지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핀란드의 30대 최연소 총리 산나 마린 같은 정치인이 탄생할 수 있는 정치문화와 시스템 구현에 각 당이 이제부터라도 나서길 기대해 본다.

이혜미 정치부 기자

이혜미 정치부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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