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한국당과 싸우려 입당… 피해자들의 스피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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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한국당과 싸우려 입당… 피해자들의 스피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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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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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명 폭력ㆍ성폭력 피해자 도우며 느낀 정책 맹점 고쳐야”

“체육계 성폭력 방지법 한국당 방해 모르지 않아… 설득할 것”

[저작권 한국일보]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29)씨가 ‘기득권 정당’인 자유한국당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인권에는 당색이 없다”며 “제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고양=고영권 기자

“이 명함이 제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겠네요.”

김은희(29)씨가 ‘#WITHYOU(위드유ㆍ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함께 하겠다는 뜻)’라는 단어가 크게 적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4ㆍ15 총선을 앞두고 올해 가장 먼저 영입한 김씨는 ‘체육계 미투 1호’다. 초등학교 시절 테니스 코치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10여년이 지나고서 고발했다. 테니스 코치였던 김씨로선 ‘업계 매장’을 각오한 일이었다. 치열한 법정 싸움 끝에 가해자는 2018년 징역 10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고, 김씨는 같은 아픔을 겪는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그간 한국 정치의 주체는 주로 기득권자들이었다. 김씨는 ‘피해자 당사자성’을 내세운 1호 정치인이다. 한국당 행을 택한 김씨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하필 젠더 감수성과 가장 거리가 먼 정당에 들어간 이유가 무엇이냐’ ‘한국당이 체육계 성폭력 방지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방해한 걸 몰랐느냐’ ‘정치를 왜, 감히 하려고 하느냐…’

김씨의 답변은 간결했다. “피해자이면서, 당사자이면서, 아픔을 극복한 사람들이 자꾸 사회 전면에 나서야 폭력 문화가 사라진다.” 지난 8일 한국당 영입식 이후에도 이전처럼 유소년 테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를 경기 고양시의 한 테니스 코트에서 만났다. 한국당 영입 이후 첫 번째 언론 인터뷰다.

-한국당과 함께하기로 마음 먹은 결정적 계기가 있나.

“저도 한국당이라고 하면 기득권 정당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도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 ‘제로’(0)인 정당이지 않나. 지난 연말 염동열 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입당을 제안하려고 찾아 오셨는데, 그 분도 한국당을 ‘꼰대 정당’이라고 부르더라. 그것부터 의외였다. ‘그런 정당에 제 의견이 잘 반영될까요?’ 물음에 염 위원장이 ‘직접 와서 당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 답변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영입했던 이자스민 전 의원처럼, 소수자들은 거대 정당들에 의해 총선에서 소비되고 잊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처음엔 저도 영입을 고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그런 식으로 인식되는 것도 결국 ‘이미지’에 불과한 건 아닐까 싶었다. 우선 한국당을 겪어 보고 제가 당을 쇄신하는 역할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김은희씨가 황교안 당 대표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치권에 입문한 목적은 21대 총선 출마인가.

“하고 싶은 건 딱 하나다.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하는 피해자와 약자들을 위한 스피커가 되고 싶다. 울타리이자 대변인이 돼 주고 싶다. 아픔과 상처는 아는 사람만 안다. 모르는 사람은 영영 모른다. 힘 없는 사람들 대신 나서서 아픔과 상처를 크게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간 20명 넘는 체육계 폭력ㆍ성폭력 피해자를 도우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정책, 제도 등의 맹점을 작은 것부터 고쳐 나가겠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체육계 성폭력 방지법은 한국당 반대 때문에 오랜 기간 국회에 묶여 있었다.

“왜 그런 당에 들어가 힘을 실어 주느냐고 욕하는 분들이 있었다. 한국당이 그랬다는 걸 몰라서 입당한 게 아니다. 그런 한국당을 설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인권, 젠더, 성폭력 등의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분들을 설득하고 싸우려는 마음으로 입당했다.”

-‘페어 플레이’ 를 중시하는 체육인으로서, 지난해 조국 사태가 촉발한 공정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기회를 누군가로부터 빼앗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기회를 빼앗긴 이에게도, 빼앗은 이에게도 불행이다. 그러나 그 사태는 이미 지나갔다. 계속 매달리기보다는 (조국 사태로) 상처받은 젊은 세대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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