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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교황’ 본 신부ㆍ수녀들 “보수ㆍ진보 구분은 세속 잣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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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교황’ 본 신부ㆍ수녀들 “보수ㆍ진보 구분은 세속 잣대일 뿐”

입력
2020.01.20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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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기반 영화 개연성 있으나 이분법적 대결 구도는 허구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자신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이 맞붙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함께 보며 환호하고 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자신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이 맞붙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함께 보며 환호하고 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실화 기반에 개연성도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보는 건 교회와 무관한 세속적 시선일 뿐이다.”

지난달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이 잔잔한 화제다. SNS 등에서는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는 고백들이 줄 잇는다. 그래서 현직 신부, 수녀들에게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에 대해선 찬사가 이어졌다.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고받는 대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르헨티나 시절 회상 장면,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전 추기경 회의) 묘사, 실물 크기로 재현한 시스티나 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수ㆍ진보라는 세속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영화는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와 다음 교황 프란치스코(조너선 프라이스)가 경쟁자로 만난 2005년 콘클라베 이후 2013년 베네딕토 16세 자진사임 때까지를 다룬다. 베네딕토 16세의 현직 교황 자진사임 결정은 교회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바라보고 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피아노를 연주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바라보고 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의 시작점은 당연히 베네딕토 16세의 선택이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 앤서니 매카튼은 지난달 영국의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작업의 출발점이 됐던 자신의 궁금증을 이렇게 정리했다. “가장 전통을 중시한 교황이, 가장 전통적이지 않은 선택을, 그것도 신념이 다른 개혁파에게 권력을 넘기는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평가하던 신부, 수녀들은 이 대전제에 대해서만큼은 동의하지 못했다. 의정부교구 소속인 최대환 신부는 영화 자체는 “지나치게 작위적이지 않고, 시의적인 메시지도 담긴 수작”이라면서도 “보수적이지만 매우 지적인 인물이었던 베네딕토 16세가 마치 오랫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을 견제하다 뒤늦게 화해한 것처럼, 마치 행정가로 잔뼈가 굵은 보스형 인물인 것처럼 그려낸 것은 아쉽다”고 했다.

‘두 교황’ 번역 대본을 감수했던 황중호 서울대교구 신부(문화홍보국 차장) 또한 “천주교가 세속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방식으로만 걸어갈 수는 없다”며 “보수ㆍ진보는 세속적 구분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교계의 항변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ㆍ진보라는 이분법을 가지고 접근했던 시나리오 작가 매카튼 스스로가 “취재 과정에서 보수파인 베네딕토 16세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직서를 내러 자신을 찾아온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귀에 뭔가를 말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직서를 내러 자신을 찾아온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귀에 뭔가를 말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두 교황’의 포커스는 현직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맞춰져 있다. 영화 초반 “변화는 타협”이라 쏘아붙였던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와의 대화 뒤 변화 필요성을 받아들인다. 전례 없는 자신의 자진사임 결정을 “타협이 아니라 변화”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진짜 위험은 교회 내부에 있다”,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지어라” 같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사는, 영화가 하고픈 말이기도 하다.

이런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교회의 지지는 당연하다. 조용준 성바오로수도회 신부(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과 소통하려는 분”이라며 “난민과 인권, 생태에 대한 (진보적) 관점을 교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데 앞서가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경숙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 또한 “그리스도처럼, 교황이 우선 선택한 이들은 가난한 이들”이라고 했다.

이 때문일까. 신부, 수녀들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프란치스코가 베네딕토 16세에게 탱고를 가르쳐주는 장면을 꼽았다. 바깥에서 보수니 진보니 구분 지어가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충실한 신앙인’이라는 점에서는 두 교황이 다르지 않았고, 신앙의 이름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용준 신부는 “신앙의 본질에서는 달라질 수 없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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