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위, 강남역 일대서 ‘오체투지’ 행진
민주노총ㆍ유가족, 종로서 결의대회
한국 마사회의 부조리한 운영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故) 문중원 기수 관련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18일 서울 종로와 강남 일대에서 열렸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 양재시민의숲역에서 강남역 2번 출구까지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에 나섰다. 오체투지는 불교에서 행하는 큰 절로, 손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땅바닥에 닿게 해 절을 올리는 방식이다. 전날 한국마사회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선포한 시민대책위는 오는 21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이 같은 행진을 이어갈 방침이다.
대책위에 참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노동개악(개혁)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문씨의 부인 오은주씨와 조합원 3,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마사회에서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부정과 비리의 경마를 멈춰라”라고 주장했다.
고광룡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연매출 8조원에 이르는 경마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이 거래되기 때문에 어떤 공기업보다 국가 차원의 감시와 통제가 필수인데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며 "문 열사 죽음을 외면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청와대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시민분향소로 이동해 오후 7시부터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문씨는 유서에서 마사회 내 마사대부 심사위원회의 부정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마사대부는 조교사 면허를 가진 사람 중에서 마구간을 배정받는 사람을 뜻한다. 기수였던 문씨는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마사대부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마사대부 심사에서 계속 떨어지며 5년간 해당 업무를 하지 못했다.
유가족이 공개한 문씨의 유서엔 “하루 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