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선(54)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이 17일 구속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축구계에서 이번 수사를 계기로 학원축구 비리가 드러날 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앞선 구속영장 기각 전후 수사 경과와 추가 증거자료를 고려하면 범죄 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횡령과 성폭행 등 자신의 혐의를 철저히 부인하던 정 전 회장은 일단 구속 상태에서 남은 수사를 받게 됐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정 전 회장은 서울 언남고 축구부 감독 재인 시절 학부모들로부터 축구부 운영비 등 각종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기고, 해외 구단이 학교에 지급한 훈련보상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언론사 제보 등을 통해 정 전 감독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했고, 파장이 커지자 대한축구협회는 경찰 수사와 별개로 지난해 11월 공정위원회를 열어 정 전 회장에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영구제명은 축구 행정가, 지도자, 감독관, 에이전트 등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 금지되는 중징계다.
당시 정 회장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각종 의혹과 언론보도 등에 대해 법적대응 할 뜻을 전했다. 법무법인을 통해선 “협회 집행부가 차기 선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반 협회 인사로 알려진 나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경찰은 허위제보에서 시작된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첫 번째 구속 위기를 피한 정 전 회장은 결백을 주장해왔지만, 당시 축구부 후원회비 관리자 박모씨가 구속되면서 정 전 회장과 관련한 혐의가 추가로 입증될 가능성이 크는 시각도 많았다. 이번 정 전 회장 구속을 계기로 강도 높은 추가조사를 통해 금전비리 등 학원축구계 비리가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을 거란 기대의 목소리도 높다.
연세대를 거쳐 1985년 포항에 입단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정 전 회장은 울산 현대, 전북 다이노스, 안양 LG 등 명문 프로팀을 거쳤다. 현역 은퇴 후 2001년부터 언남고 축구부 코치를 거쳐 이듬해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을 맡아 고교축구 대회 및 행정을 책임져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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