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달 23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코리아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심현철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대해 ‘한미가 협의할 사안’이라고 밝혀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해리스 대사를 여전히 ‘크게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청와대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이례적으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음에도 미국이 해리스 대사에 대한 신임을 밝히면서 한미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의소리(VOA)는 17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둘러싼 한국 내 논란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해리스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a lot of confidence)”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정부가 남북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금강산 개별관광을 본격 추진하고 나선 데 대해 “개별 사안은 북미 사이에 진행 중인 협상과 관련이 있으니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 또는 누구든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실행에 옮기도록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미 양국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관계에 대해 감사하며, 이번과 같이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일에 대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여권에서 ‘내정간섭 같은 발언’ ‘무슨 조선 총독인가’ 등 비판이 쏟아졌고, 청와대도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해리스 대사는 이전에도 호르무즈 파병과 한미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는 등의 발언으로도 연이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해리스 대사를 향한 반감이 커진 상황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연일 그의 ‘콧수염’에 주목하고 있다. 반일 감정이 심한 한국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총독을 연상시키는 외양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미 뉴욕타임스(NYT)가 먼저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과 일제강점기 시절 총독을 연상시키는 콧수염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같이 전하며 일본계 미국인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한 사실이 많은 한국 사람의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튿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 영국 가디언 등도 해리스 대사가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콧수염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NYT와 달리 CNN과 WP는 해리스 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북한 개별관광 추진 구상에 제동을 걸어 외교 결례 논란이 일어난 현 상황은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에 주목했다.

특히 CNN은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 논란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CNN은 “최근 미국 대사에게 쏟아진 비난 중 가장 이상한 비난”이라면서 미국 시민인 해리스 대사를 일본 혈통과 연관 지어 비판하는 건 미국에서라면 인종 차별로 간주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종적 다양성이 없는 동질적인 사회"라며 "혼혈 가정은 드물고 외국인 혐오는 놀라울 정도로 흔하다"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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