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매우 안정된 천재’서 2017년 백악관 상황실 회의 장면 묘사
“백악관 참모진을 ‘돈 못 버는 바보’ 취급”
“미국이 구축한 100억달러짜리 미사일방어체계(MD) 비용은 한국이 감당해야 한다. 임대 비용을 내라고 하거나 아니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백악관 출입기자 필립 러커와 탐사보도 전문기자 캐럴 르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미군 배치로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고 전했다. WP는 17일(현지시간) 이 두 명의 기자가 21일 출간할 신간 ‘매우 안정된 천재(A Very Stable Genius)’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책은 417쪽 분량으로, 전직 백악관 참모 등 200여명을 인터뷰해 구성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부정적인 일화를 담았다. ‘매우 안정된 천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월 정신건강 논란에 대해 반박하며 자신을 묘사한 말로, 책의 특징을 반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 동맹 관계에 ‘부동산 언어’로 균열을 내려 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묘사돼 있다.
예컨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참모진으로 활약하던 2017년 당시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은 모두 패배자이자 바보”라고 화를 냈다. 미국의 MD 체계는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려는 목적인데도 막무가내로 한국에 비용을 부담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해서도 “그들은 체납자”라고 ‘부동산 언어’로 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참모진에게 “당신들은 나에게 빚이 있다. 사업을 했다면 완전히 파산했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고 덧붙였다.
책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모욕적 언사는 뉴욕타임스(NYT)에도 소개됐다. 저자들은 “이 나라에서 제복을 입는 군인이나 이 상황실에 있는 관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라는 틸러슨 장관의 말을 덧붙여 당시 백악관 참모진의 고충을 소개했다.
NYT는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야 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라는 저자들의 설명을 함께 언급했다. 책에서 펜스 부통령은 “밀랍인형 박물관의 남자”로 묘사돼 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광기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