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에도 공연장은 관객맞이로 분주하다. 명절 분위기를 북돋우는 신명 나는 우리 전통 공연부터 화려한 볼거리로 꽉 채워진 뮤지컬,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면 좋은 명품 연극까지 상차림이 풍성하다.
▦ 설ㆍ바람
국립무용단이 2018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명절 기획 시리즈. 경자년(庚子年) ‘하얀 쥐의 해’를 맞아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한국 춤 9편을 엮었다. 신과 인간의 만남을 표현한 ‘맞이’를 시작으로, 봉산탈춤의 일곱 번째 마당인 ‘미얄할미’, 선비의 모습을 학의 동작에 빗댄 ‘동래학춤’, 부채의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룬 ‘부채춤’, 춘향과 몽룡의 2인무 ‘사랑가’, 역동적인 장단과 어우러진 ‘장고춤’, 농악 소고놀이를 재구성한 ‘소고춤’, 북의 울림으로 복을 부르는 ‘기복의 삼북’, 힘찬 농악놀이 ‘풍물의 향연’ 등으로 구성된다. 24~26일ㆍ국립극장 하늘극장
▦ 쥐락펴락
국립국악원 소속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이 함께 꾸미는 설 기획 공연. 민속악단은 새해 덕담으로 구성한 ‘비나리’로 첫 문을 연 뒤, 경기ㆍ서도ㆍ남도 지역의 풍요를 기원한 민요를 엮은 ‘풍요연곡’을 들려준다. 정악단은 왕실 행차 음악인 ‘대취타’로 새해 힘찬 출발을 응원하고, 무용단은 정악단의 반주에 맞춰 봄날의 꾀꼬리를 형상화한 궁중무용 ‘춘앵전’과 민속악단의 흥타령 시나위 연주에 맞춰 ‘살풀이춤’을 선보인다. 창작악단은 국악관현악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나라’와 사물놀이를 곁들인 ‘신모듬’을 준비했다. 공연 전후 시간에는 민속놀이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5일ㆍ국립국악원 예악당
▦ 여명의 눈동자
1991년 방영된 동명 TV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창작 뮤지컬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 10년을 배경으로 지난한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세 남녀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는 윤여옥 역은 김지현 최우리 박정아가 번갈아 연기한다. 일본군으로 징용된 부대에서 여옥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하게 되는 최대치 역에는 테이 온주완 오창석이 이름을 올렸고,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여옥을 만나는 장하림 역은 마이클리와 이경수가 맡는다. 2월 27일까지ㆍ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웃는 남자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 매매단에 의해 기이하게 찢어진 입을 갖게 된 그윈플렌의 이야기.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다. 그윈플린 역을 맡은 이석훈 규현 박강현 수호의 4인 4색 매력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3월 1일까지ㆍ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고추장 떡볶이
대학로 스테디셀러 가족 연극. 부모의 손길 밖은 모두 위험하다고 여기는 엄마가 집을 비우고, 초등학교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 단 둘이 남겨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떡볶이라는 요리를 통해 풀어낸다. 엄마가 집을 비운 며칠간 비룡과 백호가 서툰 실력이지만 혼자 힘으로 청소와 요리를 해내려는 모습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다. 다채롭게 변하는 무대와 실제 조리되는 음식이 눈길을 사로잡고,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뮤지션 정재일이 편곡한 배경음악이 귀에 감긴다. 배우들에게 직접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싱얼롱 타임과 떡볶이 시식 이벤트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2월 23일까지ㆍ학전블루 소극장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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