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해 이른바 ‘평택형 일자리’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노사정 상생 일자리 모델로 꼽히는 ‘광주형 일자리’의 쌍용차 버전인 셈이다.
17일 정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우리 정부에 줄곧 지원 요청을 하자 정부는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명분 삼아 지원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구체적 실행안으론 지난해 가동이 중단된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2라인에 반값 노동자를 고용한 뒤 이곳에서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사측의 ‘무기한 휴직’ 통보로 현재 일자리 없는 출근 투쟁을 하고 있는 복직노동자들도 이곳에 투입할 수 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국 기업에서 부품을 싸게 공급받는 대신 전기차 생산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마힌드라-포드-쌍용차의 삼각동맹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쌍용차가 만든 차에 미국 포드사 엠블럼을 달아 수출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마힌드라와 포드는 지난해 10월 51대 49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세웠다. 다만 임금보전을 어떤 방식으로 해주고 지자체가 어디까지 수용할지, 부품 수입 등으로 생산단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등이 고민이다.
총선을 앞두고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의식하며 마힌드라의 요청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쌍용차를 지원하면서도 ‘퍼주기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특정 기업과 ‘딜(거래)’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근 2,300억원 직접투자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고엔카 사장이 16일 방한 직후 열린 쌍용차 직원 간담회에서도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전제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역시 쌍용차 회생을 위한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는 게 마힌드라 입장이다.
고엔카 사장은 16일과 17일, 이동걸 산은회장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ㆍ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도 잇달아 만났는데 이 회장과 면담에서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사업계획을 구두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목희 부위원장에 따르면 고엔카 사장이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 2022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만들기 위한 일체의 사업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은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적자 규모만 1,821억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산은에서 약 1,900억원을 빌렸다. 이 중 운영자금 200억원, 시설자금 700억원 등 총 900억원은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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