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과장이 폭언했다” 녹취 영상 유튜브에 공개돼
누리꾼 “폭언하는 사람이 환자는 어떻게 돌보나” 비판
‘간호사 태움’ 녹취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자신을 신규 간호사라고 밝히며 영상을 올린 A씨는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는 부당하고 억울하고 힘들어도 말하지 못하고 참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에 ‘성북구 간호사 태움’이라는 영상이 공개된 건 지난 5일이다. 이 영상은 1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영상에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세 명 이상 등장한다. 한 여성이 다른 한 여성에게 “일어나라”고 강요하자 한 여성이 “제가 왜 벌 받듯이 서 있어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 여성에게 또 다른 여성이 “명령 불복종인가? 지금 상사 지시에 말을 못 따르겠다는 건가”라고 쏘아붙인 뒤 “저기 서 있어”라고 강요했다.
영상을 올린 A씨는 녹취 영상 속 사건이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언제 벌어진 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신규(인 자신)에게 간호과장 및 차지(Charge)가 스테이션(간호원 업무 공간)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아무 일도, 병원 물품에 손도 못 대게 했다”며 “복도에 가만히 서 있게 하는 벌을 줘서 앉으려고 하자 앉지 말고 일어나라며 밀고 넘어뜨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과장이 ‘옛날 같으면 네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부모에게 교육을 어떻게 받아서 말대답을 하냐’고 하길래 ‘세월이 많이 바뀌었죠’라고 대꾸했다”며 “그러자 과장님이 모든 간호사와 환자들이 보는 공간에서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했다.
이후 상황에 대해 A씨는 “결국 징계위원회가 열린다지만 노동청 조사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 같다”며 “저는 사직서를 쓴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이 부당함을 토로해도 은근히 따돌리거나 압박하는 게 아직 현실인 것 같아 안타깝다”며 “병원뿐 아니라 모든 직장 내에서 갑질, 괴롭힘, 폭언과 폭행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간호사 태움’ 유튜브 영상에 누리꾼들은 “얼마 전 간호사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연인데 결국 사직하는가. 오늘 또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저런 고인 물이 남아있는 이상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저는 선생님이 옳은 행동을 하신 것 같다”(sh******), “간호사분들 절대 참지 마시고 다른 병원 가시라. 저러고 인력 부족하다고 사직서도 안 받아준다”(치*), “어느 병원인지 공개하고 폭언한 사람을 고소하라”(M*)는 등 공분했다.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 악습을 뜻하는 ‘태움’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1주기 추모문화제를 열고 “고(姑) 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고인은 지난해 1월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서울의료원 내 태움이 사망 배경으로 지목됐다. 대책위는 이날 추모회에서 “병원 구성원이 행복해야 환자들이 편안하게 진료·치료받을 수 있다”며 태움 근절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