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도 경포대 비판.. 문재인 정부는 제대로 평가 받아야”
“흑묘백묘 가릴 것 없이 경쟁력 있는 분들 총선 총출동해야”
“검찰 의도는 할말 많지만 참겠다… 헤리스 선 넘었어”
“이번 총선은 국회 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진보 개혁 세력의 국회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대의와 명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전부 출마해야 한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17일 본보 인터뷰에서 4ㆍ15 총선에 뛰어든 배경을 이 같은 말로 설명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었다. 윤 전 실장은 2009년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그림자 호위무사’다. ‘입’이 없는 참모였던 그는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 뒤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손발’ 같은 참모였다는 점에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정치’보다 ‘경제’를 말하고 싶어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했는데, 지금도 ‘경제 폭망’(폭삭 망했다)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수치상으로 보면 최근 20년 동안 노무현 정부만큼 경제 성장이 잘 된 적이 없다”며 “세계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도 최선을 다했고, 일자리와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했다.
총선에 도전하는 청와대 출신은 60여명으로 추산된다. ‘청와대에서 낙하산이 우수수 떨어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중ㆍ후반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청와대 간판은 그 자체로 스펙이다. 윤 전 실장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좋은 분들이 총동원돼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에 맞서 승리하려면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출신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면 여당 내 ‘친문재인 계파주의’가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 같은 문재인 정부고 민주당”이라고 일축했다. 서울 구로을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윤 전 실장은 “당과 얘기하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전 실장은 지난해 ‘조국 정국’을 거치며 문 대통령이 고뇌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봤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을 포기할 것을 문 대통령에 건의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윤 전 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노코멘트”라고 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잇단 충돌에 대해선 잠시 뜸을 들인 뒤 “할말은 많지만 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도덕성 논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국민은 통합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윤 전 실장을 메신저로 내세웠다. 윤 전 실장은 “2019년에는 비핵화 협상의 앞바퀴인 북미 대화가 잘 작동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뒷바퀴인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북미 대화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가 청와대의 남북 협력 구상에 제동을 건 것에 대해선 “대사는 대사에 맞는 일을 해야지, 대사로서 지켜야 할 선과 영역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그런 발언 자체가 한미 동맹의 진전을 가로막는다”고 꼬집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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