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이란 갈등의 불똥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도 옮겨 붙었다. 인터넷 규제가 심한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인데,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주의를 돌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서로 손잡고 미국을 견제하려는 이란과 중국의 속내도 엿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주재 미국대사관과 이란대사관이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서 서로를 저격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8일 주중 이란대사관은 공식 웨이보 계정에 “서아시아에서 ‘악의 세력’의 종말은 이미 시작됐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자 주중 미국대사관도 공식 웨이보 계정에 “(이란이) 가는 곳마다 피투성이가 됐다”고 맞받아쳤다. 현재 인터넷에서 ‘웨이보 싸움’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50만회가 넘는 조회수 기록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이란 2인자’ 폭살과 이란의 보복공격 이후 양측이 다소간의 냉각기에 접어든 듯한 상황이지만, 제3자인 중국 SNS 공간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중국 SNS가 정치ㆍ외교의 전장이 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외교무대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대사관 간 기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규제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북한이나 인권 관련 내용의 경우 대부분 검열을 통해 걸러진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이 사실상의 미ㆍ이란 간 외교전을 허용하고 있는 데엔 자국의 내부 이슈를 감추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관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을 연구해온 퍼거스 라이언 애널리스트는 NYT에 “중국 내부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모든 주제는 사실 중국 당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와 반중국 성향의 대만 총통 재선 등에 극히 민감한 상태다.
중국의 ‘웨이보 싸움’ 관망이 사실상 이란을 응원하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미관계에서 중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자”고 의기투합했다.
SNS상 전쟁은 이란에게 적잖은 득이다. 이란은 웨이보에 새해 휴일을 맞아 중국 이용자들에게 “이란에 놀러오라”며 “안전은 문제가 안 된다”고 썼다. 미국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친이란 게재글을 규제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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