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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미스타드호와 수사권 조정

입력
2020.01.1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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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무역자에 납치된 흑인 아프리카인들의 선상 반란 사건인 아미스타드호 사건을 모티브로 1997년 제작한 영화 ‘아미스타드(Amistad)’.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예 무역자에 납치된 흑인 아프리카인들의 선상 반란 사건인 아미스타드호 사건을 모티브로 1997년 제작한 영화 ‘아미스타드(Amistad)’.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무연수원 김웅 부장검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항의해 사직을 하며 남긴 글이 화제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인 그는 “우리에게 수사권 조정은 아미스타드호와 같다”며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의 선제 조건이라고 선전했던 경찰 조직과 권한의 분산은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질타다. 또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와 사건 종결 기능을 없애고 검찰의 형사부를 강화한다는 건 형용모순이라는 게 김 검사의 주장이다.

□ 아미스타드호는 1839년 일어난 아프리카 흑인들의 선상 반란 사건이다. 쿠바를 떠난 스페인 노예 무역선에서 53명의 아프리카 흑인들이 몰래 쇠사슬을 풀고 탈출해 선원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던 이들은 배 운항법을 몰라 살아남은 스페인 선원 2명에게 키를 맡겼다. 하지만 선원들은 흑인들을 속이고 배를 미국으로 몰고 갔다. 결국 미 해군에 붙잡힌 흑인들은 선원 살해 혐의로 구속됐다.

□ 아미스타드호 사건은 노예제 폐지 역사에서 의미가 깊다. 미국 정부가 흑인 노예들을 돌려달라는 스페인 정부 요청을 받아들이려 하자 노예제 폐지 운동가들이 소송 지원과 구명 운동에 나섰다. 비록 살인을 저질렀지만, 노예무역상에게 납치된 피해자여서 정당방위라는 논리였다. 1심은 무죄였지만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스페인과 노예제를 찬성하는 남부를 의식한 당시 마틴 밴 뷰런 대통령이 항소를 지시하면서다. 이에 전직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가 흑인 측 변호사로 나섰다. 연방대법원은 결국 부당한 자유의 억압에 맞서 반란을 일으킬 권리가 있다며 흑인들을 풀어주고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 이 사건은 199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아미스타드’라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가장 약자인 노예, 그것도 선상 반란과 살인 혐의를 받던 흑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미국 사법제도 아닐까 싶다. 검찰 개혁이 본궤도에 올랐다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찰을 정말 믿을 수 있냐고, 검찰 수사가 청와대로 향하자 수사라인 날리고 특수수사 기능 없애는 게 검찰개혁이냐고 묻는다. 국민이 원하는 형사구조 개편 방향은 분명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권의 보루, 사회가 갈 길을 가리키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법절차가 아니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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