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 팔롬보, 세계 여성 정치인 내세워 캠페인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였다. 콧등은 찢겨 핏자국이 선명하다. 왼쪽 눈은 무엇에 얻어맞은 듯 퉁퉁 부어 눈이 반쯤 감겼다. ‘그저 내가 여성이란 이유로’란 뜻의 ‘JUST BECAUSE I AM A WOMAN’이란 영문이 큼지막하게 박힌 포스터 속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습이다.
이탈리아 유명 예술가인 알렉산드로 팔롬보가 메르켈 등 세계 유명 여성 정치인들의 구타당한 포스터를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다친 얼굴이 크게 실린 포스터가 걸려 시민들의 관심을 샀다.
이 포스터는 팔롬보가 여성 폭력이 나이나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꼬집기 위해 제작했다. 팔롬보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성이 처한 극적인 사건을 보여 줘 여성 폭력을 고발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정치나 법의 후속 대응을 끌어내려 했다”고 캠페인 의도를 전했다.
팔롬보는 그간 여성 등 소수자를 향한 폭력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 왔다. 2015년엔 안젤리나 졸리와 마돈나 등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 얼굴이 멍든 사진으로 ‘가정폭력에 면역된 여성은 없다’는 반여성폭력 캠페인을 벌였다.
인어공주 등 디즈니에 나오는 미국 유명 만화 캐릭터의 얼굴이 ‘염산 테러’로 일그러진 이미지를 만들어 인도 등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염산 테러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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