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16일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방침에 대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협력사업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관계 진전 구상을 “낙관적이며 고무적”이라면서도 역시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미국의 허락을 얻지 않고서는 남북관계 협력은 불가라는 위압적 의사 표시로 읽힐 수 있다. 청와대가 나서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여당에서는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는 발언에 이어 “주한 미대사가 조선총독인가”라는 비난까지 나온 것도 그런 문제 의식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대화를 견인하고 남북 경색을 풀기 위해 새해 들어 남북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국제 제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 제재와 무관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되 면제가 필요한 부분은 유엔 승인을 받겠다고 했다. 미국의 이해를 얻기 위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까지 방미해 소통하는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적절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해리스 대사는 이전에도 문제적 발언을 자주 했다. 지난해 9월 여야 의원을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두 달 뒤에는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해 실망했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구설에 올랐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국회 정보위원장을 불러 “50억 달러”를 내라고 집요하게 요구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런 비판들이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출신 배경 때문”이라고 했다는 그의 아전인수격 발언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해리스 대사의 거듭된 발언 논란은 그가 군 출신이라서 외교 감각이 부족하다는 이해를 일찌감치 벗어났다.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 주권”이라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해리스 대사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