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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짧은 연휴, 볼 영화는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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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짧은 연휴, 볼 영화는 넘치네

입력
2020.0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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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연휴, 영화 관람이 가장 효율적인 놀이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즐길 만한 설 대목 영화가 적지 않다. 한바탕 웃음을 안겨주거나 삶을 고찰하게 하는 영화들이 선보인다. 꼼꼼한 만듦새로 영화광을 기쁘게 할 영화도 여럿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을 상세히 펼쳐내며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쇼박스 제공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을 상세히 펼쳐내며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쇼박스 제공

 ◇코미디 VS 역사물 

한국 영화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3편이 22일 동시에 개봉한다. 일주일 먼저 선보인 ‘해치지 않아’까지 포함하면 4편이 흥행 다툼을 벌인다. ‘남산의 부장들’을 제외한 3편은 코미디다. 명절 시장에 맞춰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했다.

‘미스터 주’와 ‘해치지 않아’(감독 김태윤)는 12세 관람가로 동물을 스크린 중심에 뒀다. ‘미스터 주’는 어느 날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되는 국가 정보기관 요원 주태주(이성민)가 이야기를 이끈다. 태주가 경호를 맡았던 VIP의 행적을 개와 함께 좇으면서 벌어지는 우스개로 관객몰이에 나선다. 김서형 배정남이 연기 호흡을 맞췄고, 신하균이 개의 목소리를 맡았다.

동물원에 동물이 팔리고 없다. 직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해치지 않아'는 엉뚱한 상상으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동물원에 동물이 팔리고 없다. 직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해치지 않아'는 엉뚱한 상상으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해치지 않아’는 파산한 동물원을 배경으로 잔잔한 웃음을 전한다. 대형 로펌의 수습 변호사 강태수(안재홍)가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이 이야기 뼈대다.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인 척 연기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무공해 웃음으로 선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지나치게 순한 맛이라는 게 단점.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의 손재곤 감독이 연출했다.

‘히트맨’(감독 최원섭)의 설정도 기상천외하다. 어려서 국가기관의 살인병기로 길러진 준(권상우)이 신분을 숨기고 웹툰 작가로 활동하다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액션과 코미디를 버무려 가족애를 강조한다. 전형적인 시간 죽이기 영화. 15세 관람가.

‘남산의 부장들’은 결이 확연히 다르다. 1979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대통령 시해사건을 정밀하게 들여다 본다.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 경호실장의 충성 경쟁, 이를 통치에 활용하는 국가지도자의 술수 등이 부른 비극을 비추며 권력의 비정함을 전한다. 널리 알려진 현대사의 한 자락을 스크린에 복원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종종 감탄을 부른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 신작.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불분명하고, 독창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15세 관람가.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은 클랩튼의 굴곡 많은 삶을 당대 음악과 함께 들려준다. 영화사 진진 제공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은 클랩튼의 굴곡 많은 삶을 당대 음악과 함께 들려준다. 영화사 진진 제공
'신의 은총으로'는 아동 학대 피해자들을 통해 가톨릭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씨네블루밍 제공
'신의 은총으로'는 아동 학대 피해자들을 통해 가톨릭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씨네블루밍 제공

 ◇다큐와 프랑스 영화의 유혹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 2편도 설 관객을 기다린다. 2편 모두 15세 관람가다.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은 20세기 록과 블루스 역사를 장식한 에릭 클랩턴의 삶을 압축했다. 빼어난 재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으면서도 약물과 술에 중독됐던 클랩턴의 질풍노도 같은 삶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와의 사랑 등 널리 알려진 이야기의 덜 알려진 상세한 사연 등을 마주할 수 있다. 귓가를 맴도는 음악들만으로도 2시간여가 훌쩍 지나간다.

시리아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비추며 개인의 신념이 미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리아 민주화 운동의 거점으로 정부군에게 포위당한 도시 알레포를 배경으로 비참한 상황을 카메라에 모두 담으려는 감독 와드 알-카팁과 의사인 그의 남편 등의 사연을 전한다. 정부군과 대치한 상황에서 사랑을 꽃피우고 딸 사마를 낳아 키우는 부부의 모습은 인생과 정치, 사회에 대한 여러 단상을 제공한다.

뻔한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들이라면 프랑스 영화 2편을 골라 볼만 하다. ‘신의 은총으로’는 한국에서도 열성 팬을 보유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이다. 어린 시절 가톨릭 사제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교회를 위한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교계, 연대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마음을 울린다. 15세 관람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감독 셀린 샴마)은 근세 프랑스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사랑을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여인과 그녀의 결혼 초상화를 비밀리에 그리게 된 화가의 애틋한 감정을 농밀하게 풀어낸다. 15세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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