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항공기 우간다 부부 “2만달러 분실”
중국인 119명 포함 이코노미석 몸수색 소동
춘제(春節ㆍ중국의 설)를 맞아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던 중국인들이 도둑으로 몰리는 봉변을 당했다. 비즈니스석 승객이 착각해 도난신고를 한 것인데,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던 200여명의 탑승객은 졸지에 몸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17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14일 낮 케냐 나이로비를 출발해 중국 광저우(廣州)로 향하던 케냐 항공기가 경유지인 태국 방콕에서 이륙하지 못했다. 비즈니스석에 타고 있던 우간다인 부부가 가방에 넣어둔 2만달러를 분실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탓이다.
이에 태국 경찰이 기내 안으로 진입해 먼저 비즈니스석 승객 6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자 다음은 이코노미석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중국인 119명을 포함한 승객 207명이 탑승해있었다.
경찰의 요구에 중국 승객 36명과 다른 국적 승객 88명은 순순히 몸수색에 응했다. 하지만 다른 중국 승객들은 달랐다. 이들은 “비즈니스석에는 들어갈 수도 없는데 왜 우리를 도둑으로 몰아가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부당한 경찰의 요구에 협조한 다른 중국 승객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부 중국 승객이 허리춤에 2,000달러의 돈뭉치를 차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검색에 응하라”며 거세게 압박했다.
그래도 버티자 경찰은 승객들에게 모두 항공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 승객은 여전히 버텼다. 이에 항공사 측은 에어컨 작동을 포함한 기내 전기공급을 모두 차단했고, 더위에 지친 승객들은 30분 만에 모두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실랑이는 계속돼 12명의 중국 승객은 끝까지 몸수색을 거부했다. 이에 항공사는 “기내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들 승객의 탑승을 제한했고 항공기는 12명을 남겨둔 채 먼저 이륙했다. 이들이 항공편을 바꿔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른 건 7시간가량 지난 이날 밤이었다.
그 사이 우간다 승객은 돈을 찾았다. 돈을 넣어둔 가방 내부 위치를 착각했다고 뒤늦게 경찰을 통해 사과했지만,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던 귀성객들의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린 뒤였다. 한 중국인 승객은 “문제의 우간다인이 사과했다는 건 떠도는 말일 뿐”이라며 “그 누구도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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