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부 만수르 하디(앞줄 가운데) 예멘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하메드 빈자이드(왼쪽)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자가 지난해 11월 5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예멘 정부와 남부과도위원회 간 교전 중단과 권력 분점 내용을 담은 ‘리야드 합의’ 체결 후 손을 잡고 걸어나오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1월 9일 예멘 정부와 예멘 남부의 분리주의 정치조직인 남부과도위원회(STC)는 지난해 양측이 서명한 ‘리야드 합의’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에 합의했다. 양측은 임시 수도 아덴에서 3주 안에 병력을 철수하고 무기는 15일 안에 수거해 아덴 군기지로 이전하는 것은 물론, 양측 병력을 재배치하는 문제와 아덴 주지사 임명 등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행방안 합의의 모태가 된 리야드 합의는 지난해 11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양측이 서명했다. 무력충돌을 중단하고 정치적 화해 프로세스를 통해 국가 기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이의 구체적인 이행방안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압둘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이끄는 국제공인 예멘 정부(하디 정부)와 STC는 북부기반 자이드(Zayidㆍ시아파의 한 분파)계열 정치운동인 ‘후티운동’을 공동의 적으로 하는 동맹체다. 그러나 2018년 1월 28일부터 나흘간 하디 지지세력과 STC 간 무력충돌이 벌어졌고, 그 이후 임시 수도 아덴은 사실상 STC가 장악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남부 내전’은 지난 2년 동안 계속됐다. 바로 그 남부 내전이 지난해 8월 최고조에 이르자 사우디가 부랴부랴 중재에 나서면서 리야드 합의가 성사됐다. 합의에 따르면 사우디가 지원하는 하디 정부군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지원하는 STC 군사조직 ‘시큐리티 벨트’는 점차 합병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남부의 화해 프로세스가 환영받는 우선적인 이유는 이 복잡한 전쟁터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예멘 전쟁의 ‘주 전선’이라 부를 만한 사우디 주도 아랍동맹과 후티 반군 간에도 최근 전례 없는 외교적 노력이 오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양측은 정부군 포로 75명과 후티반군 포로 60명 등 전쟁포로 135명을 맞교환했다. 작은 규모의 포로 석방은 종종 있었지만 세 자릿수로 이루어진 이번 포로 맞교환은 내전 기간 중 최대 규모다.

중동전문 미디어 알모니터는 3일 지역 원로들이 각고의 중재노력 끝에 성사된 이번 포로 맞교환이 사실은 지난해 8월에 예정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맞교환은 석방 명단의 혼선으로 한 차례 늦춰졌고, 9월에는 사우디가 북서 다마르 지방의 후티반군 포로수용소를 공습하면서 물건너간 듯 보였다. 이 공습은 아이러니하게도 후티반군이 구금하던 정부군 포로 120명을 몰살시켰다. 알모니터는 이 중 24명이 8월 포로 맞교환 명단에 올랐던 이들이라고 전했다.

‘남부 내전’의 중심인 예멘 사나에서 지난달 3일 한 어린이가 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사나=EPA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포로 맞교환이 성사됐고 사우디의 공습도 대폭 줄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예멘특사는 지난해 11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지난 2주간 사우디 동맹군의 공습이 80%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마틴 특사는 “심지어 48시간 동안 공습이 전혀 없는 시기도 있었다”면서 “이는 2014년 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빈도수는 감소했지만 공습이 전면 중단된 건 아니다. 예멘의 유엔인도주의 사무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북서부 사다 지방의 알라크 시장에 대한 사우디 공습으로 민간인 1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12명은 에티오피아 출신 경제 이주민이었다. 유엔 보고서는 11월 20일과 11월 27일 발생한 두 차례 공습까지 포함해 한 달 이내에 알라크 시장을 겨냥한 세 차례 공습이 있었고 총 8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종합해 보면 ‘남부 내전’의 화해 프로세스는 현재까지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후티반군이 전쟁의 한 당사자인 예멘 전쟁의 주 전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9월 14일 사우디 정유시설 아람코가 공격받은 이래 두세 달 이어지던 비공식 휴전모드는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Quds)의 최고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은 예멘 전선에도 중대 변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암살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예멘 영토에서도 쿠드스 사령관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타깃은 예멘 ‘저항전선’의 쿠드스 사령관 압둘 레자 샤흘라이. 11개의 가명으로 활동하는 그는 지난달부터 미 국무부의 ‘정의를 위한 보상 프로그램 (Reward For Justice Program)’에 의해 1,5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다. 미국은 그가 주둔해 있던 예멘 수도 사나에서 그를 암살하려다 실패했다.

미국이 최소 두 명의 쿠드스 고위 사령관을 동시간대 다른 장소에서 암살하려 했다는 건 미국의 대(對)이란 적대행위의 일환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기밀작전에 대해 레베카 레바리치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예멘에서 1월 2일 공습이 있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도 “이 지역에서 벌어졌다고 보도된 그 작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예멘은 미국에 적대적인 또 다른 세력과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처”라고 지적했다.

후티반군 측도 자신들이 장악한 사나에서 벌어졌다는 미국의 암살 시도에 대해 논평을 자제했다. 그러나 솔레이마니 암살과 이후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티운동 정치국인 ‘혁명위원회’의 의장 모하마드 알후티는 암살 이후 전개되는 거의 모든 상황에 비밀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부지런히 논평을 내보내고 있다. 그는 솔레이마니 암살 다음날인 4일 “이번 암살을 비난하며, 곳곳에 산재한 미군 시설에 대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응대만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고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예멘 후티반군이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로 지난해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 아람코 정유시설이 공격당해 연기를 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이 공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브카이크=AF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발생한 사우디 정유시설 아람코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는 유엔 내부 보고서까지 나왔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보고서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정유공장에 대한 공격무기는 각각 북북서 방향과 북북동 방향에서 날아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멘 후티반군이 공격했다면 남쪽에서 날아갔겠지만 남쪽이 아니었다”며 공격 주체가 이란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는 공격에 사용된 무기의 출처가 이란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했던 초기 발표와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다. 이 조사는 이란과 예멘에 대한 유엔 제재 상황을 모니터하는 독립전문가그룹에 의해 수행됐다. 후티반군은 2015년 이래 유엔의 무기금수 제재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이란으로부터 후티 쪽으로 무기가 흘러들어가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후티 쪽 무기금수 조치와 대비되는 사우디 동맹 쪽 상황을 다룬 또 다른 보고서도 함께 견주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비정부단체(NGO) 옥스팜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4년 영국이 사우디ㆍUAE 등 아랍동맹 8개국에 판매한 무기수익은 44억파운드에 달한다. 사우디 동맹이 예멘 내전에 개입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판매량은 64억파운드로 대폭 증가했다. 사우디 동맹이 개입한 후 영국이 이들에게 판 무기 수출량은 직전 5년 대비 45%나 증가한 것이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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