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이어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사실상 봉합되면서 국내 수출에도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약 18개월 만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12월 13일 지식재산권과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등 8개 부문에 대해 공식적인 무역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이번 서명에 따라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수입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 15%로 부과했던 일부 제품의 관세율을 7.5%까지 내리기로 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뉴욕, 한국, 일본 등 세계 증권시장은 이날 상승세로 마감했다.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합의로 지난해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길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미국이 우리나라 수출 비중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이번 합의는 국내 수출 활성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서다.
우선 미국과 중국 간 교역이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항공사, 상선 등의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 또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판매 상승도 기대된다.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원달러 환율 안정세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긍정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기로 한 만큼,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합의를 하면서 전세계 교역이 안정국면으로 간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2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추가로 수입하게 돼, 향후 합의 사안에 따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정 제품이나 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미중 무역합의로 양국 갈등이 완전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 1차 합의가 깨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미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관세 압박 등 무역분쟁 확산 가능성 역시 우리나라 수출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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