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의 기자간담회. 박소영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일부만 적용되는 사각지대다.

5인미만 사업장에는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무에 대한 가산 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규정도 적용되지 않으며 근무시간 제한도 없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배제’는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노동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이하 권유하다)는 “5인미만 사업장이 영세하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근로감독의 편의와 사업주의 이익만 고려해 근로기준법이 일부만 적용됨으로써 노동자들이 입는 피해는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권유하다는 1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유하다는 지난해 말 진행한 ‘작은 사업장 설문조사’에 536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인미만 사업장 종사자 47% △5~19인 사업장 29% △20~50인 사업장이 1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 가운데 5인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는 88건의 사례도 함께 분석했다.

권유하다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전체응답자의 28.3%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답했고 15.2%가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5인미만 사업장이라도 근로계약서 작성의무와 해고의 예고, 유급 휴일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시간외 근무수당이 적용되는 5~19인 사업장 근무자 51.3%도 ‘시간외 근무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권유하다는 “적용규정과 적용 제외 규정이 혼재하면서 현실에서는 적용규정조차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각종 꼼수를 부려 5인미만 사업장 지위를 유지하는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권유하다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인미만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미등록하는 경우 △실제로는 5인 이상인데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는 경우 등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권유하다 대표를 맡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친 전태일 분신 50년 후 사회는 오히려 노동자의 기본권을 빼앗아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사실상 1,000만명을 넘는다”며 “조직되지 않은 절대다수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인식, 법, 그리고 조직노동자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고민이 있었다. 내 삶을 바꾸고 혁신하기 위해 수많은 ‘전태일’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유니온이라고 생각한다”며 권유하다 출범의 의의를 밝혔다.

권유하다는 다음달 4일 권리찾기유니온 온라인 사이트를 열고 한 달간 ‘가짜 5인미만 사업장’ 제보를 받아 공동고발인을 조직,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신청을 할 계획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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