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금강산 등 개별 방문, 안보리 대북제재 해당 안 돼”
‘인도주의 사안’ 美 설득해 관광사업 역점 北에 대화 손짓
남북 협력을 통한 북미 협상 진전을 꾀하는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개별관광과 이산가족 방북을 결합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분단과 전쟁이 초래한 대표적인 인도주의 사안으로 남ㆍ북ㆍ미 정상 모두 최우선적 해결에 합의한 바 있다. 대북제재의 틀이 약화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도 잠재우고, 관광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북한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양수겸장 의도가 담겨 있다.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금강산 관광이나 북한을 개별 방문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개별방문 허용과 관련) 유엔 제재 및 미국의 단독 제재 등 모든 부분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남북 협력 구상인 북한 개별관광 허용을 위해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는 △이산가족 고향 방문 △제3국을 경유한 관광 △금강산관광 재개 △민간이 주도하는 개성관광 등의 다양한 개별관광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우선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ㆍ인권 문제인 만큼 북한과 미국 모두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현행 대북제재 하에서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민간여행사를 통해 북한 관광이 허용되므로 우리 국민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이다. 현재 한국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초청장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만을 위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은 “제재 완화가 첫 번째 목적인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이산가족 고향 방문 사업은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은데도 정치ㆍ행정적 부담은 많은 선택일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도 여전히 대북제재 해제ㆍ완화를 꺼리는 상황이어서 설득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제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could trigger sanctions) 어떤 오해도 없게 하려면 (2018년 만들어진) 워킹그룹을 통해 한미가 사전에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재차 원칙을 확인했다.
정부도 고민이 깊다. 북한이 지난해 말 금강산 시설 철거 문제와 관련해 통지문을 보낸 이후 관광 사업과 관련한 남북 간 공식 논의가 없는 상황이어서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개별관광 허용은 단순히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만 추진하기 위해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사업이 아이디어 단계인 것이고, 북한이 호응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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