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세계의 창조
로이 포터 지음ㆍ최파일 옮김
교유서가 발행ㆍ1,120쪽ㆍ5만4,000원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은 계몽주의가 불러왔다. 볼테르를 앞세운 이 시기 프랑스 사상가들은 교회와 절대왕정으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의 압제, 독단, 미신을 규탄하고 관용과 자유로운 탐구를 부르짖었다. ‘가증스러운 것을 타파하라’가 그들의 투쟁 구호였다.
프랑스 혁명 뒤 19세기 유럽 대륙을 휩쓴 혁명들을 피해 간 영국에는 그렇다면 계몽주의 전통이라는 게 존재할까. 부제가 ‘영국 계몽주의의 숨겨진 이야기’인 이 책의 대답은 ‘예’다. 나아가 아예 계몽주의의 발상지가 영국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영국 계몽주의가 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타파해야 할 가증스러운 구(舊)체제가 영국에 애초 없었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이미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으로 스튜어트 왕가를 몰아내고 ‘의회의 제한을 받는 군주정’이라는 혼합 정체를 수립한 뒤 18세기를 맞았다. 그래서 영국 계몽주의만의 ‘영국성’이 존재한다는 게 저자 분석이다. 체제 정당화에 헌신한 영국 계몽주의는 혁명의 ‘예방주사’였다는 것이다.
“로크나 스미스, 흄 같은 사상의 ‘헤비급 챔피언’들뿐 아니라 그들의 사상을 대중화한 무수한 ‘경량급’ 문필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책의 미덕”이라는 게 역자 소개다. 매년 탁월한 대중 역사서에 주어지는 영국 울프슨 역사상 수상작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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