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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스로 더 키운 ‘이해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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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스로 더 키운 ‘이해찬 리스크’

입력
2020.01.16 20:30
수정
2020.01.16 22: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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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여의도 당사에서 총선 영입 인사 1호인 최혜영 교수에게 민주당 당헌ㆍ당규집과 당원 교과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여의도 당사에서 총선 영입 인사 1호인 최혜영 교수에게 민주당 당헌ㆍ당규집과 당원 교과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아쉽네요. 말씀 취지는 이해하지만, 집권 여당의 대표께서…”

김종인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은 1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더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는 ‘충격적’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김 원장은 민주당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나라’를 내걸어 총선 영입 1호로 선택한 최혜영 강동대 교수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다. 최 교수는 척수장애인이다.

김 원장의 아쉬움은 ‘인간 이해찬’을 향하지 않았다. 장애인 재활ㆍ복지 전문가로서 장애에 대한 대한민국의 평균 인식 수준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집권여당 대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점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이 대표의 장애인 관련 ‘부적절한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12월 전국 장애인 당원들이 모인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선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정상인들처럼 비쳐도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 신체 장애인들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이해찬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 대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실천하는 집권 여당의 대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잇단 구설로 여권 전체의 인권 감수성이 의심 받는 상황이 됐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리스크 관리의 시험대였다. 이 대표가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하는 선거”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에 치중했다.

이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에 대해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어느 쪽을 낮게 보고 한 말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조금 상처를 줬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답했다. 비슷한 질문이 계속 나오자 이 대표는 “자꾸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말씀을 안 드리겠다”며 추가 질문을 아예 차단했다. ‘이해찬 리스크’를 오히려 더 키운 기자회견이었다.

김현빈 정치부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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