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중국의 반응이 마냥 개운치는 않다. 겉으로는 “평등하고 상호이익에 부합한 합의”라고 환영하지만, 내심 “합의는 이뤘지만 미국과의 마찰은 여전하다”며 떨떠름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6일 “양측이 서로 윈윈하는 합의”라며 “미중관계를 잘 처리할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관계를 나쁘게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발언을 인용했다. 관영 CCTV도 “세계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는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모두 중국의 개혁 방향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합의 이행이나 2단계 협상 등과 관련해 무역 갈등과 관세 위협, 미국의 대중 투자 제한이 ‘새로운 표준’이 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적지 않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이번 합의만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추가 관세를 취소하고 1,2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면서도 무역전쟁 초반에 중국 제품 2,500억달러어치에 부과한 25% 고율관세는 유지한다.
이번 합의에서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지원 문제는 제외됐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은 미국이 서명 전날 세계무역기구(WTO)에 보조금 지급을 억제하는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 점을 들어 “중국의 발전을 차단하려는 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합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중국은 미국에게서 원유ㆍ액화천연가스(LNG)ㆍ석탄 등의 에너지를 기존 91억달러에 더해 올해 185억달러어치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기존 최대 수입액 131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여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량 구매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미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로이터통신)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현재 240억달러인 미 농산물 수입규모를 향후 2년간 매년 40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대미 수요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무리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이 이미 미국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상황에서 추가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고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과의 관계도 크게 위협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류허(劉學) 부총리의 서명식 참석을 두고 “시 주석의 심기가 불편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합의 축하 친서를 보낸 만큼 근거 없다”는 반응이 많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류 부총리를 들러리로 내세워 서명식을 ‘정치쇼’로 활용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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