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017년 휴스턴, 2018년 보스턴이 사인 훔치기에 연루된 가운데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뉴욕 메츠의 지휘봉을 잡았던 바비 발렌타인 전 감독도 비디오 장비로 사인을 훔쳤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16일(한국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스티브 필립 메츠 전 단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발렌타인 감독이 필라델피아전에서 사인을 훔치기 위해 비디오 장비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발렌타인 감독은 텍사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메츠, 보스턴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명장 출신이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1,186승 1,165패다.
필립 전 단장은 “전 필라델피아 단장이 ‘이상한 곳에 카메라가 설치돼있는데, 이게 무엇이냐’고 묻길래 ‘잘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비디오 분석실에 가보니 비디오 담당자가 ‘발렌타인 감독이 상대 사인을 얻을 수 있으면 3루 코치가 볼 수 있게 녹화하도록 주문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그건 하면 안 된다. 규정 위반이다. 누가 또 그런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하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에 발렌타인 감독을 찾아갔고, 감독은 ‘알겠다. 그러면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필립 전 단장은 해당 사실을 지적해준 필라델피아 전 단장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메츠는 1998년 당시 홈 구장으로 사용했던 시스타디움에 비디오 리플레이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1ㆍ3루 포토박스, 홈 플레이트 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당시 해프닝으로 끝난 사인 훔치기가 최근 리그를 발칵 뒤집어놨다. 공교롭게도 메츠의 현재 사령탑인 카를로스 벨트란(43) 신임 감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벨트란 감독은 2017년 전자기기를 활용한 부적절한 사인 훔치기 스캔들 당시 휴스턴의 선수로 적극 가담한 것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 결과 나타났다.
벨트란 감독을 제외한 스캔들 주역들이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 이틀 전 휴스턴 의 제프 루노 단장과 A.J. 힌치(46) 감독이 사무국의 징계를 받은 뒤 경질됐다. 당시 휴스턴의 벤치 코치였던 알렉스 코라(45) 보스턴 감독도 15일 옷을 벗었다.
사무국은 사인 훔치기에 관여한 휴스턴의 단장, 감독, 코치만 징계했을 뿐 선수는 배제했다. 그래서 당시 선수 신분이던 벨트란 감독은 스캔들 연루 여부와 관계 없이 사무국의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ESPN은 메츠가 그간 비판 여론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을 들어 전격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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