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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아니면 왜 퇴사 안 하고 도주했나”… ‘반일 종족주의’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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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아니면 왜 퇴사 안 하고 도주했나”… ‘반일 종족주의’의 허구성

입력
2020.01.17 04:40
수정
2020.01.17 09:5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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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익, 韓에 수출한 역사수정주의 재수입해 부활에 이용”… 비판서 잇달아 출간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시민이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역사서 '반일 종족주의'를 집어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시민이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역사서 '반일 종족주의'를 집어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에서 패배한 역사수정주의가 한국에 수출된 뒤 일본 자본에 의해 다시 역수입돼 일본 역사수정주의 부활에 이용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국내 출간 직후 한일 양국에서 불었던 역사서 ‘반일 종족주의’ 열풍을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최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펴낸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의 머리말에서다. 그는 “한국의 역사 전문가라는 집단이 스스로 일본 식민지 시기의 역사 인식을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와 동일한 맥락ㆍ입장에서 설명한다”며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식민 지배에 대한 거짓과 과장에서 기인한다고 말하는 ‘반일 종족주의’의 주장은 사실 일본 식민 지배의 실상을 은폐하고 미화해 온 결과”라고 꾸짖는다.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ㆍ한홍구 지음

창비 발행ㆍ288쪽ㆍ1만6,000원

책은 지난해 8, 9월 유튜브 채널로 방송됐던 저자들의 강연 내용을 출판사가 정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당시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대상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터였다. 그 때문에 강연 주제는 한일관계 전반을 아울렀고, 책 제목처럼 한일, 특히 일본 우익 세력의 역사 인식 분석을 핵심으로 삼았다. 그 때 마침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는 “여전히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가 청산되지 못한 한국 사회에도 일본 극우 세력의 잔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증명해주는 텍스트였다.

일단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저자들의 총평은 “새롭게 나온 주장은 별로 없지만 훨씬 더 선동적, 공세적인 어조로 서술됐다”는 것이다. 내용에 대한 구체적 비판도 가해진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위안부’와 강제연행 모두 군인이 와서 총칼로 끌고 간 게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강제연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초 상식을 완전히 무시한다. 2000년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과 무력 행사, 사기, 기만, 권력남용 등을 동원해 사람을 모집하거나 운송, 인수하는 행위’가 바로 강제적 인신매매다.”

제1417차 정기 수요 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역사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오른쪽)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수요집회 중단과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1417차 정기 수요 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역사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오른쪽)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수요집회 중단과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제 강점기 학도지원병들은 체제 안에서 출세하려는 욕망이 가득했던 젊은이들이었다”는 주장도 도마에 오른다. 저자들은 “그 욕망을 부추겼던 게 바로 친일파들이었다”며 “일본제국 내에서 조선인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조선인에게도 징병을 실시해야 한다고, 심지어 일본어 상용을 위해 조선어를 쓰지 말자고 얘기했던 친일파의 논리를 80년이 지난 지금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반일 종족주의’ 비판서는 하나 더 있다. ‘반(反)대를 론(論)하다’인데, 이 책의 비판은 더 신랄하다. 집필진 대표인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반일 종족주의’를 “역사학 연구자, 전쟁 피해와 인권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고역스러운 책”이라고 규정한 뒤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인위적 차별이 없었음을 강조하며, 일본의 식민 통치가 한국 근현대사에 기여했음을 주장하려는 게 선동이 목적인 책의 의도”라고 일갈한다.

반대를 론하다

정혜경ㆍ허광무ㆍ조건ㆍ이상호 지음

선인 발행ㆍ272쪽ㆍ1만5,000원

“일일이 논박하는 건 소모적”이라면서도 책은 자료를 근거로 ‘반일 종족주의’의 주요 주장들을 논파한다. 가령 “조선인 노무 동원이 기본적으로 자발적이었고 강제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왜 많은 조선인들은 조선 땅에서부터 탈출했는가”, “왜 퇴사가 아니라 도주인가” 등 2가지 반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조선인 노동자에게 임금이 정상적으로 지불됐다”는 주장에는 강제동원 경험자들의 증언과 강점기 일본 정부 문건, 동원됐던 노동자가 보관하던 급여명세서 등으로 맞선다. “갱도 규모가 커서 엎드리고 누워서 일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은 사진으로 간단히 반박된다.

“‘밤에 잠자고 있는데, 논에서 일하고 있는데, 헌병 순사가 와서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납치설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는 ‘반일 종족주의’의 반론도 피해자들의 기록이나 구술뿐 아니라 일본 당국 측 자료들로 충분히 격파된다고 말한다.

비판은 반성으로 나아간다. 저자들은 국내 학계 역시 선행 연구를 비판 없이 수용하거나 잘못 해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한 뒤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강제동원 연구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실증적 연구로 진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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