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했다. 전통 한복을 입고 합장과 헌등(부처에게 등을 올림)을 하는 등 불교 예법을 그대로 따른 김 여사는 총무원장을 비롯해 불교계 인사들과 새해 덕담을 나눴다.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김 여사의 신년하례법회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개인의 종교와 관계없이 대통령 부인으로서 불교계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또한 불교계에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소망교회 권사를 맡고 있던 2007년 도선사 주지 혜자스님으로부터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자’는 발언으로 불교계의 반발을 산 전력이 있는 만큼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됐다. 이 전 대통령 또한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합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독실한 불교 신자이면서도 절을 찾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권 여사는 대통령 임기 내내 단 한차례도 절을 찾지 않다가 퇴임을 얼마 앞두고 자신이 신도로 있는 서울 봉은사를 찾았다. 권 여사는 당시 친분이 있는 신도들에게 “정치인의 아내로서 대단히 조심스럽게 신앙생활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의 말처럼 주목받는 정치인일수록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는 일은 위험하다. 지난해 5월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으나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합장을 하지 않고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당 대표 자격으로 찾은 절에서 불교 예법을 지키지 않은 것을 두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정치인이 보여야할 포용적 행보보다 앞세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인의 편향된 종교관은 다른 편의 종교단체는 물론 대중으로부터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도 예외일 수 없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종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다. “내가 믿는 종교가 있으면 남이 믿는 종교도 중요하다.”
왕태석 선임기자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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