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세 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어머니는 돈을 벌러 나갔다. 열여섯 살 때는 연고 없는 낯선 땅, 미국으로 이주했다. 소년은 용돈벌이를 위해 12년간 신문배달, 잔디 깎기, 베이비시터 등 온갖 일을 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이 소년은 지금 컬럼비아대학출판부에서 북 디자이너로 24년째 책을 만들고 있는 이창재(54)씨다.
어릴 적 부모의 빈자리를 책으로 채웠다. 고달팠던 인생의 순간엔 책에게 위로 받았다. ‘기억과 기록 사이’는 그 수많은 책 이야기를 골라 묶은 것이다. 가난 속에서도 아이를 올곧게 키우려 했던 어머니가 처음 읽어주었던 ‘파랑새’(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낯선 미국 땅에서 삶의 터전을 다지고자 분투했던 가족을 떠올리게 만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지음) 등 36권이 소개된다. 책에 대한 기억은 삶에 대한 기록으로 이어졌고, 거기에 노순택과 안옥현의 사진을 더했다.
기억과 기록 사이
이창재 지음ㆍ노순택ㆍ안옥현 사진
돌베개 발행ㆍ384쪽ㆍ2만3,000원
작가는 책 머리에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 속에 들어왔던 책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순간들을 기록해보려 한다면 책을 읽고 만들다가 쓰게 된 이로서 무척 반가울 것 같다”고 밝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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