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제정 32년 만에 ‘편성권 침해’ 첫 유죄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방송법 제정 32년 만에 보도에 관여한 혐의로 첫 유죄 확정 판결이다. 다만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 선고돼 국회의원직은 유지하게 됐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을 포함한 정부의 대처와 구조 활동을 문제 삼는 보도를 하자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말해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 의원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접촉해 방송 편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구조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비판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이날 유죄 확정으로 이 의원은 1987년 방송법이 제정된 지 32년 만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해 형사처벌을 받은 첫 사례가 됐다. 방송법 4조는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편 벌금형으로 감형된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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