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산의 때가 돌아왔다. 연말 정산은 경제생활뿐만 아니라 언어생활에도 중요하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2019년의 신조어’가 발표되었다. 신조어란 새로 생긴 말인데, 이용자들이 2019년에 검색한 결과를 집계하여 30개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소개된 말들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소떡소떡(소시지와 떡),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처럼 줄임말이 8개로 가장 많았다. 둘째, ‘인플루언서, 티키타카, 무스비’처럼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이 7개였다. 셋째, ‘편스토랑(편의점 레스토랑), 등드름(등에 나는 여드름), 세포마켓(혼자 상품을 광고하고 판매함)’처럼 섞어 만든 말도 7개였다. 줄임말, 섞어 만든 말, 외국어 이용이 새 말 만들기의 대부분인 셈이다.
그 외에도 ‘까멜리아, 쓰앵님’처럼 드라마로 공유된 말,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처럼 기성세대에 대한 풍자가 있다. 유행을 좇으며 남을 부러워하는 ‘나만 없어 고양이’도 흥미롭다. 이처럼 신조어는 새로 생성된 현상을 비추며,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그런데 한쪽만의 말은 다른 한쪽에 벽을 친다. 세대별로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아진다면 그 구성원들은 이질감 없이 살 수 있을까? 바스크 지역, 스코틀랜드, 한때의 퀘벡에는 공통점이 있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 독립을 요구한 곳이다. 그런 면에서 언어는 곧 민족 정체성이다. 신이 인간들을 흩트리기 위해 서로 말을 통하지 않게 한 상징물이 ‘바벨탑’이다. 표현의 욕구로 생성된 참신한 표현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편하고 흥미롭다고 마구 생성한 말들이 짧은 기간에 바벨탑을 쌓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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