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논평서 “그릇된 생각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를 비판하고 나선 자유한국당 역시 이 과정에서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은 15일 ‘습관성 장애인 비하 이해찬 대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서 영입인사 1호 최혜영 강동대 교수에 관해 얘기하던 중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 의지가 약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발레리나였던 최 교수가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 판정을 받은 후 장애인 활동가가 됐다는 점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박 대변인은 이에 이 대표에게 석고대죄 및 대표직 사임 등을 요구하면서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장애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장애인을 비하의 의미로 표현한 셈이다. 한국당은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두 시간여 만에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한 논평을 다시 내보냈다.
장애계에서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이 대표와 박 대변인의 발언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연달아 내고 “이 대표의 장애인 차별 발언을 비판한다면서 장애인 차별 발언으로 마무리한 한국당도 장애인 차별 발언을 제발 멈추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250만 장애인에게 즉각 사과하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형식적인 장애인인권교육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에도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지난해 8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벙어리가 됐다”고 비유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두 당은 모두 4월 총선을 위해 장애인 인재를 영입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 교수를, 한국당은 이달 8일 한쪽 손과 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이자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인 지성호 나우(NAUH) 대표를 각각 영입인재로 소개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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