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사권 조정 후속 조치 착수] 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화답
“윤 총장 ‘패트’ 궤도 오른 후 취임, 국회 결정 따를 수밖에” 옹호 속
“조국 등 굵직한 사건에만 매몰돼 수사권 조정 실기” 내부 동요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변화된 수사 환경에 적응해 검찰이 스스로 달라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임과 동시에, 최근 검찰인사 과정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은 15일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대적 변화에 따른 시행 착오를 최소화하고 인권 보장에 빈틈이 없도록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단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부단장은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는다.
검찰의 자체 개혁 추진 기구인 검찰개혁추진단은 △법률 개정에 따른 새로운 업무시스템 설계 △검찰권 행사 방식 및 수사관행 개선 △관련 법률 및 하위법령 제ㆍ개정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정비 △외부기관과의 협력 등을 담당하게 된다. 대검은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 내부문화 전반에 걸친 능동적ㆍ적극적 검찰 개혁을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된 지 이틀 만에 검찰이 후속 개혁 기구를 설치하고 검찰 개혁에 동참할 것을 약속한 셈이다. 검찰 일각에서 수사권 조정안 반대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도, 윤 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청와대와 여권의 검찰개혁 방향에 동의하고 그 작업에 협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총장은 14일 법무연수원에서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통해 “우리도 바꿀 것은 많이 바꾸어나가야 한다”며 자체적인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조정 문제에서는 윤 총장 스스로 국회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거스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는 “문무일 전 총장 때는 법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할 수 있었지만, 이미 패스트트랙이 궤도에 오른 후 취임한 윤 총장은 상황이 다르다”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입법부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검찰총장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발언과 행보로 미뤄 볼 때 자진사퇴를 비롯한 거취표명은 당분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이 단순히 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관행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화답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정부에 협력할 건 하고 지킬 건 지키는 방식으로 가려는 것 같다”며 “총장이 이끌어 온 수사도 있는데 지금 직을 내려놓으면 수사가 망가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취지에서라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사 갈등에다 개혁 태풍까지 불어 닥치면서 검찰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는 점은 윤 총장으로서 부담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리게 된 상황에 윤 총장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총장이 측근들을 앞세워 굵직한 수사들에만 집중하느라 수사권 조정에는 다소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며 “세부적인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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