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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극약처방 ‘매매 허가제’까지 떠보는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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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극약처방 ‘매매 허가제’까지 떠보는 靑

입력
2020.01.15 20: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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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강력한 대책” 다음날, 강기정 “정부가 검토해야” 

 김상조 “강남 안정이 목표”… 위헌 논란에 도입 가능성 낮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안신당 창당대회에서 유성엽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안신당 창당대회에서 유성엽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언급해 파장이 일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사유 재산권과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 노무현 정부도 같은 취지의 ‘주택 거래 허가제’ 도입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강 수석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과 관련, “특정 지역,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 부동산 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몇 시간 만에 “강 수석의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강 수석이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 허가제를 추진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강 수석은 본보 통화에서 “매매 허가제를 검토한 적은 없다”면서도 “그런 제도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 투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다소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매매 허가제를 언급한 것은 초강경 부동산 대책을 여론에 띄워 보는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에 청와대가 ‘강력한 대책’을 찾는 과정에서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낮은 수위에서라도 검토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강 수석이 극도로 민감한 정책을 놓고 방송 인터뷰에서 ‘실언’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매매 허가제 시행 국가에 대한 사례 조사 정도는 해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1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정부는 모든 부동산 정책 수단들을 다 올려놓고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쓸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실장은 “솔직히 말씀 드리면,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면서 “거품이 낀 일부 지역은 단순한 안정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가격이 하향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와 주택 거래 허가제는 ‘토지 공개념’에 기반을 둔다. 1989년 노태우 정부는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으나,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로 폐지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주택 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다. 당시 정부는 집값 상승률이 현저히 높은 지역 등을 ‘주택 거래 허가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사유 재산 제한 등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주택 거래 신고제’로 한 발 물러섰다.

전문가들은 재산권과 거주이전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완전한 공공복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유재산을 규제하는 것은 반(反)헌법적”이라며 “매매 허가제를 특정 지역에만 적용하더라도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주택 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가 나올 가능성은 크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껏 재건축ㆍ세금ㆍ대출 규제 강화를 전망했지만, 부동산 매매 허가제처럼 거래 자체를 어렵게 하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ㆍ16 대책 때 나온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 대상 확대와 고가주택 자금출처 전수조사도 주택거래 허가제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급등지역 집값 원상 회복’의 현실성에는 회의적인 의견이 다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은 13.75%(작년 12월까지) 올랐는데, 남은 임기 중 원상 회복은 사실상 부동산 폭락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한 해 10% 이상 떨어졌던 때는 외환위기 직후가 유일해 외부 충격 없는 부동산 폭락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규제 강화는 결국 집값 하락보다는 거래 절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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