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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일터뷰] ‘대기업 유리천장 균열’ 법안 뒤엔 이 사람 있었다

입력
2020.01.16 04:40
수정
2020.01.16 08: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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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 주도 최운열 민주당 의원 “후퇴 거듭하다 본회의 직전 반전”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이사 최소 1명 의무화' 법안 통과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오대근 기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이사 최소 1명 의무화' 법안 통과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오대근 기자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해선 안 된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요지다. 쉽게 말하면, 대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둬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3.1%(크레디트 스위스)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꼴찌’였다. 이번 법 개정으로 남성이 독식하는 재계 상층부에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간신히 열린 것이다.

법 통과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차례로 거치며 대폭 후퇴했으나, 본회의에 올라가기 직전 극적인 ‘심폐소생’에 성공했다. 자본시장법 입법을 주도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5일 만나 법안 처리 과정을 들어 봤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이사 최소 1명 의무화' 법안 통과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이사 최소 1명 의무화' 법안 통과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자본시장법 개정의 시작은 2018년 4월이었다. 최 의원은 세계여성이사협회(WCD) 조찬 모임에서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너무 낮은데 개선책이 없다”는 하소연을 접했다. 최 의원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에 최 의원은 즉각 입법 검토에 착수해 같은 해 10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사회 3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논의는 순탄치 않았다. 정무위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가령 2조원 이상 상장사의 평균 이사는 약 8명이고, 상법에 따라 이중 최소 4명은 사외이사다. 기업이 ‘3분의 1’ 조건을 충족하려면 8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채워야 하는데, 여성 인력 풀(pool)이 부족해 여성 1명도 찾기 쉽지 않다는 반론이 나왔다. 사외이사에 외부 여성 전문가 3명을 채우는 대안을 검토해 봤지만, ‘사외이사가 여성 일색이 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최 의원은 “결국 여성을 최소 1명 선임하는 쪽으로 완화했다”며 “1명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겠지만, 일단 제도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로 정무위 문턱을 넘으며 순항하던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에서 다시 암초를 만났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성 이사 할당제는 민간 기업에 대한 압력”이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이사회를 특정 성(性)의 이사만으로 구성하지 아니하도록 한다’는 의무 조항이 ‘노력한다’는 권고조항으로 후퇴했다. 최 의원은 “법사위의 월권적 심사였다”고 했다.

9일 본회의 직전 반전이 일어났다. 민주당 소속인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나서면서다. 최 의원은 “민 위원장은 여성 이사 할당제가 도입되면 역사가 한 단계 진전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며 “법사위에서 법안이 크게 후퇴한 것을 들은 민 위원장이 정무위 합의안을 수정안으로 만들어 직접 본회의에 올렸다”고 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민 위원장의 수정안에 찬성 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하고, 한국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찬성 토론도 준비했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당은 본회의에 전원 불참했고, 수정안은 재석 151인 중 찬성 145인, 기권 6인으로 가결됐다.

최 의원은 “성 다양성이 기업 경영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남성과는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춘 여성들이 이사회에 진출하면 기업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 한국일보의 ‘여의도 일터뷰’는 정쟁과 정치공학 그 너머, 여의도 1번지 국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에 관한 인터뷰’, ‘일터에 관한 조망(View)’을 통해 한 발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일하는 여의도’의 표정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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